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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l 20. 2023

오징어 게임을 모르는데 오징어 게임을 좋아한다

대한민국에서 한 세대란 30년이 아닌 3년일지 모른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나왔을 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을 알고, 오징어게임을 해 봤고, 또 즐겼기 때문에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주변 몇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오징어 게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어렸을 적 동네 놀이터에서 오징어게임을 했다. 우리 동네만 했을 리는 없는 것 같은데, 물어보는 사람마다 모른다고 했다. 

한 번은, 20-30대 200명 이상이 모여 있는 톡방에서 오징어 게임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오징어 게임을 해 봤어요”라고 썻더니, ‘오징어 게임을 해 본 사람이 이 방에 나타났다.’라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나 이외에는 ‘오징어게임이 뭔지는 들어봤다’가 최고 수준이었다. 나만 했던 게임이었을까? 그럴 리는 없는데, 왜 아는 사람들이 없는 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을 모르는데,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드디어 한 사람 만났다. 창업스쿨 동기다. 자기도 오징어 게임을 했다고 했다. 나보다 2살 어리고, 학령 연령으로는 3년 어린 분이었다. 어쩌면 오징어 게임은 우리 세대 - 나보다 세 살 어린 사람까지만 즐겼던 게임이었을 지 모르겠다. 


예전에, 간장에 밥을 비벼 먹었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핵심은 마가린을 넣어서 비볐다는 점이다. 계란 후라이가 들어가는 지, 아닌 지는 둘째 문제였다. “마가린”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음식을 아는 사람의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만 먹었나? 아니다. 지방 출신에 나보다 1살 어린 사람도 그렇게 먹었다고 했다. 2살만 어려도 그런 음식을 접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을 만나 물어볼 수는 없지만, 세대가 공감하는 놀이, 음식의 범위가 이렇게 좁을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은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 덕분인지, 한 세대가 30년이 아닌 3년이 된 것 같다. 3년만 벌어져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확 줄어드는 기분이다.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 동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오징어게임도 막 하고, 간장에 마가린도 막 넣어서 밥 비버먹고 그랬써마!” 이렇게 말하면, 내 연령에 플러스, 마이너스 10년이 공감해 주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 마이너스 3년이 겨우 공감해 줄 것 같다.   


오징어게임의 팀전술 이야기를 하면 누가 들어줄까? 오징어게임은 전략적인 게임이다. 몸싸움도 잘해야 하지만 역할도 나누어, 주공(주 공격팀)과 조공(보조 공격팀)이 조화로워야 한다. 조공이 상대의 주공을 붙잡고 있어야 승리하기 쉽다. 공터 흙에 그린 오징어 모양의 게임 그라운드도 내외로 잘 활용해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마지막 승부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이 처음부터 두 발로 서 서로를 상대했던 점은 거부감이 드는 장면이다. 실제 오징어게임에서는 공격과 수비팀이 처음부터 두 발로 서지 않는다. 한 발로 다닌다. 수비팀이 두발로 설 수 있는 구역이 있으며, 공격팀은 특정 미션을 성공시켜야 두 발로 움직일 수 있다. 서로를 넘어뜨려야 하는 몸싸움에서 두 발로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기에, 방어팀은 수비 위치를 잘 선정해야 하고, 공격팀은 상대를 속여 미션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런 이야기에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소수다. 


고도 성장의 단점이랄까, 너무 빨리 성장해 버려서, 한 세대가 30년이 아닌 3년이 되어 버렸다. 3년 단위로 끊으면 30년이라는 세월에 속에 특정 문화를 공유한 그룹이 10개나 들어간다. 그 중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선대의 문화도 있다. 

어렸을 때, TV를 보면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형, 누나들이 "빵집"에서 미팅, 데이트를 했다. 내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중학교 다니던 시절,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또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커피숍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다방이었다. 군대 복무를 경상남도 지방 도시에서 했는데, 당시 그곳에는 아직 다방이 남아 있었다. 커피와 함께 쌍화차를 팔았다.


라떼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더 있을까? 회수권, 토큰, 버스 차장(버스에 동승한 여성 안내원), 지하철 정액권, 철도 통일호(수학여행은 무궁화호였던가?), 은행 계좌에서 돈 인출하려면 써야 했던 출금 전표 등등, 아! 삐삐도 있다. 흘러간 시대의 유산(遺産)들이 떠오른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은 타입이어서 이런 테마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전형적인 “라떼는 말이야”가 된다. 30년이 3년 단위로 단절된 것 같아 슬프지 않다. 반대로 30년 세월에 10개 문화가 뒤섞여 있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300백년 동안 겪을 일을 30년 동안 다 체험하는 것 같아, 좋다. 30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어느 책에서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듯이,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닌 지루함이다”라고 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지루함을 느낄 일은 없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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