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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Apr 07. 2022

긴긴밤

 '긴긴밤', 세상에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펭귄의 이야기.

 '긴긴밤'을 필사하면서 다시 읽어보았다. 다시 읽어도 여운이 남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생(生)이 안타까웠다. 아내와 딸을 잃고, 친구를 잃고, 또 다른 친구를 잃은 그에게 '살아있음'은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느껴졌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그 모든 슬픔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랬다면 초원에서 바람보다 빠르게 달려보지 못했을 것이고 아내와 딸과 함께 진흙 구덩이에서 달빛을 받으며 목욕을 즐겨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어찌 보면 두려운 일이다. 언젠가는 그 사람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별이 됐든 죽음이 됐든 우리는 결국 헤어지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의 슬픔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를 만나 다시 사랑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을 잃은 후엔 앙가부라는 친구를 만나서, 앙가부를 잃은 후엔 치쿠라는 친구를 만나서, 치쿠를 잃은 후엔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아기 펭귄이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이 함께였기에 노든은 수많은 긴긴밤을 버텨냈다. 노든과 아기 펭귄은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함께 긴긴밤을 지새울 것이다.

 이 책을 다시 읽고 나니 슬프게만 보였던 노든의 생(生)에서 찬란하게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 노든이 있었기에 앙가부는 바람보다 빨리 달리는 꿈을 꿀 수 있었고 치쿠는 동물원 밖에서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아기 펭귄은 바다를 찾아갈 수 있었다. 나의 삶은 내 것이지만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나의 삶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앞이 안 보이는 이에게는 눈이 되어 주고, 다리가 불편한 이에게는 기대어 걸을 수 있게 어깨를 내어 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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