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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May 31. 2022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이와 함께 하는 아침이 전쟁 같을 때도 있다.

만화 더 보고 싶어서, 과자 먹고 싶어서, 유치원 가기 싫어서 별의별 이유로 아이와 신경전 벌인다.

그날도 아침부터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의 짜증에 신경이 거슬렸고 화가 쌓이다 결국 터졌다.

나는 매서운 눈으로 아이를 쏘아봤고 화를 냈다.

아이가 말했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이가 화가 나서 하는 말인 걸 알면서도 나는 그런 말에 상처를 받는다. 엄마 싫어. 엄마 나빠. 아이가 기분 나쁠 때면 내뱉는 말들이 내 가슴에 콕콕 박힌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 잘 키우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해? 라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아이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 감정을 가라앉히자 다짐했다. 말없이 아이의 가방을 챙기고 등원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지나니 아이도 감정을 가라앉히고 슬슬 엄마의 눈치를 봤다.

집을 나서며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내 손을 잡았다.

마음이 좀 풀어져서 아이에게 다시 상냥히 말을 걸었다. 그러자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오늘은 손 안 흔들어줄 줄 알았어."


나는 평소에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갈 때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다. 큰 하트도 만들고 손가락 하트도 만든다. 아이도 똑같이 하트를 만들고 내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든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가 화가 나서 손을 안 흔들어줄 줄 알았다는 것이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해놓고 엄마가 손을 안 흔들어줄까 봐 걱정했다니.

역시 그 말은 홧김에 나온 말이었다.

아이의 진심이 아니었다.

아이는 자기가 화났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자기가 아는 가장 나쁜 말을 쓴다. 그리고 후회한다.

감정조절이 미숙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혼내는 것도 아니고 아이의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도 아니다.

나는 아이에게 감정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지금 속상하구나. 화가 났구나. 그럴 땐 화났어, 기분 나빠라고 말하는 거야.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엄마도 속상해.

화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

우리 좀 기다려보자.


감정조절은 어른인 나에게도 참 어렵다.

나의 아이는 못된 아이도 아니고 나쁜 아이도 아니다.

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를 뿐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 나도 그 속으로 함께 빠져들지 않도록 나는 굳건히 단단히 아이 옆에 있어줘야 한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그래도 노력해본다.

는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단단한 엄마가 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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