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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May 23. 2023

인트레피드

Day 4-1

2023. 4.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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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일요일 아침, 이날도 허드슨강 쪽으로 가려고 지하철을 타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내렸다.  마침 목적지 앞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정류장에 서 있으려니 현실감 없는 날씨가 우리 여행을 도와준다며 감탄했다.

버스는 지하철에 비해 엄청 쾌적했다.  42번 버스는 42번 스트리트만 가로로 오가는 42번가 전용 버스인데, 대부분의 맨해튼 찻길이 일방통행에 좁기까지 해서 자주 막히곤 했다.  그런지 사람들은 신호등의 신호를 무시한 채 차가 없으면 그냥 건너다닌다.




인트레피드 해양 항공 우주 박물관은 남편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허드슨강에 정박해 있는 육중한 인트레피드(USS Intrepid)는 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 베트남 전쟁에서도 활약한 미국 항공모함이다.  게다가 미국 최초로 인간이 우주비행을 한 머큐리와 제미니의 회수선이기도 해 이곳 NASA 박물관에 '모시게' 된 거다.


사실 남편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건 '톰캣(TOMCAT)'으로,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애정 하던 바로 그 F-14 전투기다.  날개 부분이 접혔다 펴지는 가변 스웹 윙이 이 전투기의 매력이라며 하트 눈을 한 남편은 톰캣에서 한동안 떠나질 못했다.

결국 박물관 숍에서 모형 비행기를 사왔는데 밀덕인 아들도 덩달아 좋아했다.  가끔 이 비행기를 갖고 노는 울집 두 남자가 어이없지만 귀엽다...ㅎㅎ


톰캣 바로 맞은편에 있는 '블랙 버드'는 정찰기인데,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가 폐허가 된 맨해튼을 향해 기체 날개 위에서 골프공을 쳤다.  생김새가 탑건 2 매버릭에 나온 적국의 5세대 전투기와 닮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용되고 있는 F-16는 미국과 친한 나라엔 웬만하면 다 있다는 현역 주력 전투기라고 한다.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인 시코르스키(Sikorsky)에서 제작한, 미국 육군과 공군에서 사용한 다목적 헬리콥터(좌)와 초기 수륙 양용 헬리콥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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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갑판 끝에 있는 NASA의 스페이스 셔틀 전시관으로 갔다.  

스타트랙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이름을 따온 최초의 이 궤도선은 여러 결함으로 결국 우주 비행은 할 수 없었다 한다.  

스타트랙 덕후인 남편도 좋아했던 사진...ㅋ


2005년에 발사된 러시아의 인간 우주 비행선인 소유즈(SOYUS) TMA-6 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당시 자체 자금으로 이 우주선을 타고 ISS(국제 우주 정거장)에 다녀온 미국의 기업가이자 과학자인 '그레고리 올슨'에게서 빌려온 거라 한다.




항공모함 관제탑의 조종실들을 둘러보러 차가운 레일을 양손으로 꽉 잡으며 매우 좁고 가파른 철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내렸다.


내부에선 실제 이 항공모함에서 복무했던 백발의 퇴역군인들이 시설을 일일이 설명해 주고 계셨다.


후덜덜 다리를 떨며 계단을 내려갔지만 멋진 풍경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갑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격납고로 내려갔다.  몇 대의 비행기가 날개를 접고 있는데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 크기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1센트를 기계에 넣고 원하는 모양을 선택해 핸들을 돌리니 길게 죽 늘어진 타원형의 기념주화가 툭 튀어나왔다.  현금이 점점 없어지는 세상에 1센트도 거의 무용지물인데 관광지에서 이렇게라도 재활용되고 있어 기발하긴 했다.  


1965년에 최초로 두 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발사된 '제미니 3호'가 있었는데, 임무를 마치고 바다에 빠진 이 선체를 인트레피드가 회수했다.  실제 '제미니 3호'는 승무원(버질 그리섬 선장)의 고향인 인디애나주에 전시되어 있다 한다.  

다양한 체험장이 있어 아이들과 특히 아빠들이 더 좋아했다.


항공모함에서 생활한 해군들의 숙소와 식당도 잘 보존되어 있어 신기해하며 둘러봤다.


조리실 한쪽을 개조한 스낵 코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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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입구에 들어설 때 안내원이 다짜고짜 카메라 앞에 세워 사진을 찍고선 번호표를 받게 했는데 출구에서 그 사진을 사라고 들이밀었다.  사실 굳이 사지 않아도 되지만, 여기선 색다르게 배열된 사진을 늘어놓고 있어 안 살 수가 없었다.  정신 차리고 들여다보니 똑같이 찍힌 사진을 사이즈만 다르게 해 놓았을 뿐이라 눈앞에서 3만원을 강탈 당한 느낌이 들었다...ㅠㅠ  모든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더욱 정신 바짝 차린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멋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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