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2
서밋 전망대에서 내려와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들어섰다.
To all those who with head, heart and hand toiled in the construction of this monument to the public service. This is inscribed.
출입구 위에 쓰여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특정한 개인이 아닌 이 건물을 지은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헌사여서다. 미국이란 나라의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열흘간의 뉴욕 여정을 마무리하듯 뉴욕 맨해튼에 첫 발을 내디뎠던 브라이언트 파크로 다시 돌아갔다. 낯설고도 설렜던 맨해튼의 모든 장소들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를 정도로 친숙해졌지만 기약 없는 이별을 고하려니 매우 아쉬웠다.
마침 스코틀랜드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공원은 수많은 인파의 즐거운 기운들로 가득했다.
맨해튼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는 유대인들의 음식인 '할랄 가이즈'였다. 공원 안 테이블에서 푸른 잔디밭과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며 그간의 추억을 곱씹듯 천천히 먹었다. 이날의 이 풍경과 소리와 맛을 꼭꼭 기억하고 싶었다.
짐을 찾으러 타미스 사무실로 가는데 6번 애비뉴가 축제 분위기에 완전히 휩싸여 있었다. 스코틀랜드인들의 축제인 'Tartan Day'로, 25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있던 날이었다. 우리나라의 'Korean Festival'도 2021년에 유니언 스퀘어에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개최됐다고 한다.
바이킹 복장을 한 스코틀랜드 할아버지들의 익살스러운 몸짓에 우리도 주변 사람들과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지역 사람들이 그룹별로 흥겨운 백 파이프 소리에 맞춰 행진을 했다.
한참 구경한 후 출발시간이 임박해 무리를 헤쳐 나와 사무실로 가 짐을 찾고선 타임스퀘어 역에서 뉴어크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2층짜리 기차였는데 지정석이 아닌 빈자리에 그냥 앉아도 되었다. 사실 따로 표를 끊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긴장된 마음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마침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별다른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다른 칸으로 가버렸고 기차는 벌써 공항역에 도착했다.
내리고 보니 공항역을 빠져나가려면 미리 산 티켓을 보여주거나 미처 표를 사지 못한 우리 같은 승객은 개찰구 근처 기계에서 따로 사면 된 거였다.
라스베가스로 떠나는 국내선을 타는 거라 짐을 부치고 심사장을 통과하는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자꾸만 출발시각이 지연되었다.
공항 안은 우리처럼 발이 묶인 승객들로 넘쳐났지만 각종 카페와 상점들이 즐비해 기다리는 것도 그리 고역은 아니었다. 나도 공항에서 짧은 글을 올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드디어 출발 안내가 뜨고 자정을 훨씬 넘겨서야 비행기가 이륙했다.
미국 뉴저지 주의 뉴어크 공항 주변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며 아듀를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