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숙소엔 새벽 3시 30분에 체크인을 했다. 거의 자정에 출발한 비행기는 동에서 서로 약 5시간을 날았는데 새벽 2시에 도착한 거다.
숙소에 들어선 순간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뉴욕 숙소는 이보다 1/3 크기였는데 가격은 2배 더 비쌌었다. 코스모폴리탄 호텔 사이에 있는 이 자그만 호텔은 꽤 오래되었으나 가족 단위로 묵기에 최적인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딱 미쿡 스타일이라 신기했다. 이곳에서 5일 동안 묵을 예정이다.
침대는 왜 그리 높은지 기어 오르내리느라 힘들었다…ㅠㅠ
암막 커튼을 치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어느새 아침 9시가 되었다. 시간이 뒤죽박죽이 된 데다 비행기 안이 추워 컨디션이 좀 안 좋아져 남편만 컨벤션 센터로 일을 하러 출근(^^) 하고 나는 약을 먹고 좀 더 누워있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일어나 개운하게 씻고 방 정리를 한 후 근처를 둘러보러 나갔다.
뉴욕의 아침은 청명하면서도 쌀쌀해 기분이 좋았는데, 라스베가스는 현기증이 날 듯 햇살이 뜨거웠다.
벨라지오 호텔 앞은 마침 분수쇼가 한창이어서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파리 호텔을 상징하는 에펠탑도 찍고…
시저스 호텔로 접어들었는데 명품가여서 재미가 없었다. 볼만한 위쪽 구역은 다음으로 미루고 출출해져 식당가를 찾는데 마땅한 곳이 눈에 안 띄어 일단 숙소에서 가까운 스타벅스로 가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일 땐 내가 영어 쓸 일이 없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긴 거다. 사실 스벅에 오기 전에 마트에서 물건도 샀었다. 잔돈이 필요해 100불을 건네니 그렇게 큰돈에 대한 거스름돈이 없다고 단호히 말해 좀 당황했지만 결국 카드로 계산을 했다. 여기도 거의 모든 시스템이 모바일로 대체되어 현금을 기피하고 있다. 출국하기 전 우리도 애플 페이를 신청해서 왔는데 교통이나 결제 시 너무 편리했다.
라스베가스는 뉴욕 보다는 덜 재미있었다. 도착한지 하루도 안 돼 뉴욕이 그리워질 정도였다…ㅠㅠ 아무튼 나의 영어 실력은 딱 여행용 수준이다. 현지인이 하는 말은 알아들어도 재치 있게 대응하지 못해 답답하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게다가 나는 눈치가 백 단에 주위를 잘 살피는 능력이 있어 길치인 남편을 잘 보필하니 그야말로 우리는 환상의 커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다음날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 섞여 홀로 그랜드 캐니언 투어를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