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별 거 아닌 줄 알았던 일이, 나중에는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지니게 되는 일. 그 시간이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의미를 찾아주는 듯이.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듯이. 춘천시영상산업지원센터라는 곳과 그곳의 제작지원 사업을 알게 되면서 나는 춘천에서 보낸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이곳의 제작지원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내가 춘천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문이다.
춘천.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곳. 춘천가는 기차라는 낭만의 기억이 있는 곳. 그 낭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관광지이자 휴양지로써, 일탈의 의미를 지니는 곳. 그리고 나에게는 영화 작업을 하기 위해 오게 된 곳.
강원도 원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에게 춘천은 자주 오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익숙한 곳이었다. 원주에서 가까웠던 데다가 대입을 준비하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모의고사 성적과 관련해 자주 비교되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제서야 춘천에 와서 살게 된 까닭은 말 그대로 영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서 가깝고, 강원영상위원회와 같은 제작 지원 인프라를 갖춘 데다가, 산, 강, 호수, 도시, 마을 등 다양한 촬영 환경을 갖춘 곳이 춘천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서 지내왔는데, 춘천시영상산업지원센터라는 곳은 그동안 전혀 모르고 지냈다. 그동안 전혀 모르고 지냈던 이곳을, 이번에 준비한 시나리오로 지원한 모든 제작지원 사업에 다 떨어지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우연이라고만 하기에는 대단한 타이밍인지….
춘천시영상산업지원센터는 이름 그대로 춘천시를 기반으로 영상 산업을 지원하는 단체였다. 이곳에서 공모를 진행하는 제작 지원 사업 규모는 총 4천만원 규모. 그 가운데 한 편에 지원 가능한 최대 금액은 3천만원. 당초 내가 구상했던 예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다만 지원작에게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작품에 참여하는 인원의 50% 이상이 춘천시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