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좋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에 비해 결말에서 힘이 떨어진다. 한 편의 단편이 담기에 인물의 목적이 많다.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소재의 접근이 신선하다. 바디호러 언급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정리하지 못한 인상을 준다.
단편에 맞는 볼륨과 밸런스가 좋다.
자극적인 연출 보다는 주제에 대한 연출자의 고민을 더 보여주면 좋겠다.
이야기가 흥미롭다. 결말이 더 강렬하면 좋겠다. 소재로부터 주제를 도출해낸 점이 좋았다.
시나리오의 결말과 주인공의 반응이 좋다. 좋은 메시지를 주는 기획이다.
그러나 현장 진행이 걱정이 된다. 연출자의 포트폴리오도 기대 이하라 제작 가능성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강원영상위원회의 창작지원 사업 담당자 님께 요청해 내가 공모에 접수한 작품의 심사평을 받았다.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새삼 텍스트로 그 내용을 전달 받으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진 기분. 내가 이번 제작지원 사업에서 목표로 한 액수는 218냥 정도였지만.
사람은 역시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시나리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생각하면 나의 제작지원 피칭은 이에 관한 내용 만을 기반으로 해도 무난했을 것이다. 거기서 뭘 한답시고 바디호러 같은 소리를 했을까…. 촬영감독 부분도 그렇다. 개인적인 친분이 아니라, 이 촬영감독님과 같이 작업하는 이유를 어필했어야 했다. 그런 내용이 없었으니 하룻강아지가 범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으로나 보였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 기다려봤지만 역시나 예비 2번인 나에게 순서가 돌아올 일은 없어 보였다. 이렇게 나는 또 다시 한 해를 영화 한 편 연출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게 되었다. 말하자면 경력단절 3년차. 이게 관성이 되어 더 길어지면 안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나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쉬었음” 상태로 살아온 때문일까. 어떻게든 되겠지. 오히려 이런 상태에 가까웠다. 세상 일이라는 게 원래 계획 대로 되는 법이 없으니까. 될 일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일은 아무리 해도 안 되니까. 지금 나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만한 작품이라면, 어떻게든 될 거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내 시나리오가 그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무슨 일? 시나리오를 고치는 일. 혹은 단념하고 다른 작품을 작업하는 일.
아니면, 다른 제작 지원처, 그러니까 “투자자”를 찾는 일.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었다. 시나리오에 관련해서는 심사자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니까. 아쉬움을 지적받은 부분들을 고친 뒤에 영화사나 관계자 분들께 돌려보자. 단편이라 극장 개봉이나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내 시나리오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아보고 기꺼이 제작비를 내어줄 분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도를 해본다고 나쁠 건 없다. 누가 알겠는가.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어떤 영화인 분들과 연이 닿게 될지. 그 분과 나중에 더 큰 작업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약간의 부끄러움만 참으면 된다.
그러니 될 대로 되라. 될 일은 어떻게 해도 된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은 어차피 안 될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어느날, 나는 우연히 다른 소식을 하나 접하게 된다. 춘천시영상산업지원센터라는 곳에서 한다는 춘천 독립 예술 영화 창작지원사업의 공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