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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e May 20. 2022

2022년 5월, 베트남

매일매일 성장하는 나라의 젊은 국민들

'

약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1년 정도 일하며 살았다.

처음에는 무질서한 오토바이의 행렬과 구시가지의 복잡한 모습만 보였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이미 성숙사회에 접어든 한국,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3년만에 찾은 베트남. 세상제일 좋아하는 용과(한국에선 흰살 용과가 하나에 4천원인데, 여긴 자주색 용과가 1kg에 2천원도 안한다)도 실컷 먹고, 일주일에 3번은 갔던 식당에서 분짜도 먹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사이공 맥주(맥주만큼은 하노이 맥주 아니고, 사이공 맥주...)도 마시고, 하루이틀은 좋은 호텔에서 빈둥거리는 호사도 누렸다. 이와 별개로 피부로 느껴질만큼, 3년이라는 시간동안 급성장 중인 이 나라는 또 변해왔고, 간단히 기록해보려한다:)





1. 부유해진 '로컬'

 하노이에 살았을 무렵만해도 '오늘은 로컬말고, 다른데서 먹을까?'이란 말을 일본인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쓸 정도로 로컬과 非로컬 구분이 명확했다. 베트남 요리 = 로컬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자주가는 저렴한 곳은 로컬이었고, 암묵적으로 외국인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들어보이는 곳이 非로컬이었다.


 예를 들어 TrungHoa나 MyDinh같은 동네는 한국인으로 바글거리는 가게들이 많았고, KimMa는 일본인, HoTay호수 북쪽은 뭉뚱그려 서양인들이 좋아할 법한 펍이나 클럽이 많았다. 슈퍼도 한국은 K-Market, 일본은 Tomibun, 서양은 Annam Gourmet. 이런 식으로 '로컬'과는 구분된 느낌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여긴 베트남인데 베트남어는 없고 영어나 일본어만 써있거나, 베트남 사람이 들어오면 왠지 시선이 가는 그런 묘한 느낌. 그리 오래되지않은 과거에 이태원이나 서래마을, 이촌동같은 곳이 그랬던 것 처럼 외국인이 1등 시민이고, 내국인이 2등 시민인 듯한 분위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 사이 많은 게 바뀌었다. 순전히 외국인 장사라고 생각했던 가게들에 베트남인 손님들로 가득했고 이전엔 보지못했던 베트남어 only 메뉴도 생겼다. 코로나로 외국인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이전과 가격대가 달라지지않은 걸 감안하면 베트남이,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부유해진 게 아닐까? 통계만 보면 아직 GDP가 4~5000달러 수준이지만, 호치민과 하노이의 중산층의 소비력, 생활수준은 많이 올라왔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때문에 우리들보다도 더 소비에 진심...!


 조영태 교수님의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이란 책을 재밌게 읽으며, 내가 장년층이 될 즈음에는 어쩌면 베트남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더 잘 살 수도있지않을까하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인구 1억 성장사회가 가진 소비력의 변화를 보며, 막연한 생각이 좀 더 확신에 가까워졌다. tôi yêu việt nam...!


2. 드릉드릉 부동산 

 도시화가 진행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게 비단 베트남만의 일도 아니고, 예전부터 베트남 부동산이 핫한 이슈이긴했지만 또 다시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어콘 빵빵한 신형 전기버스를 타고 종점에 가니..

 둘째날 점심, 딱히 예정도 없이 커피나 마시다 우연히 발견한 전기버스. 베트남의 삼성인, 빈 그룹에서 운영하는 버스였다. 종점이 어딘지도 몰랐지만, 그랩타고 돌아오면 그만이겠거니하고 버스에 탑승. 도착한 곳은 며칠전 오픈한 빈컴 메가몰이 위치한 vinhomes smart city였다. 신도시 특유의 어수선한 느낌은 있었지만, 탁 트인 날씨에 널찍한 도로, 세련된 주거시설과 거대한 상업시설이 부동산 르네상스가 왔다는 걸 보여주는 거 같았다.

크으... 날씨가 다했다.

도시 외곽에 이런 신도시가 들어서는 것 뿐만 아니라, 시내의 오래된 건물들도 차츰차츰 보존과 개발의 싸움에서, 개발이 승기를 잡고 있었다. 이전 오피스가 위치했던 동네에 오밀조밀 다양한 건물들이 모여있던 곳도, 오피스텔 같은 건물이 들어서기 위해 이렇게 공터로 변해있었다.

제일 좋아했던 식당이 있었던 곳인데, 아이고....

하노이나 호치민에 집중되어있던 부동산 개발 붐은, 다낭이나 냐짱, 꾸이뇽, 푸꾸옥같은 지방 도시로도 퍼져나가 쇼핑몰이나 공항 곳곳에서 새로 생긴 리조트나 호텔, 테마파크 광고들을 볼 수 있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개발 러쉬 가즈아..)


일본, 한국, 싱가폴, 중국의 자본들이 베트남 부동산에 엄청나게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걸 보면 우리가 떠올리는 베트남의 도시풍경도 5-10년 사이에 많이 바뀌어버릴 것 같다. 아파트 천국이 된 모 반도국가처럼만 되지않았으면...


3. 베뽕, 가즈아

 "두유 노 김치?"로 대변되는 국뽕. 베트남도 예전에 비하면 베뽕이 강해진 듯하다. 아세안 지역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잡고, 많은 기대와 걱정과 출시된 베트남 최초의 완성자 빈패스트가 적자는 엄청난 것 같지만 아무튼 국내시장에서 선방을 하며 베트남 전역을 달리게 되었고,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뤄오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자부심도 많이 올라왔다.

 이런 걸 보면 참 한국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 신기한 생각까지 든다.

빈그룹이 만든 자동차 브랜드, Vinfast. 

 이번 여행에서도 위 사진을 찍자마자 베트남 아저씨의 두유라이크 빈패스트? 공격을 받았고, 노점에서 짧은 베트남어로 말하니 (아마) 이 한국 친구 베트남말 참 잘한다고 극찬도 받았다. 

 아직 이 나라의 드라마나 노래는 개인적인 취향과 맞지않지만, K-pop이 그랬던 것 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V-pop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과 비슷한 면도 참 많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사라진 매력도 많이 가지고 있는 베트남. 나는 어디까지나 이 나라에서 이방인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이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내 일인 것 마냥 기대가 된다.


2022년 05월의 베트남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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