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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e Jun 05. 2023

왜, 토마토와 바질을 번갈아 심지?

다양성이 세상을 구한다. 너도 일등 나도 일등인 성숙사회로

다양성이 세상을 구한다

똑같은 코트에서 경쟁하는 메리트가 없어진다

"일본에서 살면, 한국이랑 뭐가 많이 다른가요?"

한국에 돌아온 지 4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종종 이런 질문을 듣고는 한다.


그럼 머뭇거림 없이, "한국은 압도적인 1등만이 존재하고, 일본은 고만고만한 1등들이 존재한다"라고 말하곤 한다. 아이돌도, 스포츠도, 기업도, 도시도 한국은 전 세계 어딜 내놔도 쟁쟁한 1등이 존재하지만 나머지 2등 이하는 살아남지 못하는 서바이벌의 세계관이라면, 일본은 딱히 세계에서 존재감은 미약할지언정 각자 나름의 니치한 기준으로 모두가 1등이 되는 동물의 숲의 세계관이랄까?


한때는 이 차이를 민족의 기질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조금 먼저 "성장 시대를 지나 성숙사회로 접어들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유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며 어제 없던 것들이새로 생기고 늘어나던 과거와는 달리,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던 것들도 점차 사라지게 되는 성숙사회에서 잘 살기 위해 나답게 사는 방식이 뭔지 골라내고, 주관적인 행복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2023년 지금, 한국은 성숙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과도기에 서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양성"이 제일 중요하다. 

죽어라 경쟁해서 져도 이겨도 결국 피폐해져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내 이야기다. 나다움을 추구하려 하다가도 어느 순간 누군가가 만든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꾸준히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만나며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충청북도 괴산에는 뭐하농이라는 농부크루가 있다. 농업과 농부가 얼마나 멋진지를 알리고 농부가 아닌 사람들도 인생을 경작하는 라이프 파머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뭔가를 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1년 동안 뭐하농과 뭔가를 하는 멤버십 커뮤니티에 가입해, 세 번이나(!) 괴산에 다녀왔다. 

뭐하농 농부들과 멤버십 커뮤니티 멤버들

모두가 함께 키우는 모두의밭에 토마토를 심고 그 사이사이에는 바질을 심어, 토마토와 바질이 서로 자극을 주며 더 잘 자랄 수 있게 한다. 양배추 사이사이에는 민트를 심어 양배추를 좋아하는 나비들이 민트향 때문에 양배추를 먹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작물들이 서로 돕고 성장하며, 지속가능하는 밭이 된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삶이 아니라, 내가 뭘 할 때 행복한가 혹은 내가 힘들더라도 힘든 걸 이겨낼 수 있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 생각하며, 사람도 성장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게 된다.


양평에는 우보농장에도 다양한 토종볍씨를 복원하고, 여러 품종의 쌀을 소량 생산하는 비효율적인 농장이 있다. 혼쭐을 내주려고 모내기에 일손을 보태러 다녀왔다. 우보(牛歩, 소의 걸음)라는 이름처럼 우직하게 남들이 눈길 안주는 토종벼 수백 종을 찾고 살리고, 토종벼마다 스몰배치 리미티드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대표님은 빛났다. 


대량생산, 효율, 최적화, 자동화 같은 워딩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일일이 다른 품종의 벼를 소량으로 재배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각자 다른 것들이 모여있을 때 마음이 두근거리는 게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치 바에 갔는데 로얄살루트만 있다면 처음에는 좋더라도 금방 아드벡이 생각나고 와일드터키가 생각나는 것처럼, 포켓몬스터를 보는데 피카츄만 있고 다른 포켓몬이 없다면 처음에는 좋더라도 왠지 모르게 또가스가 생각나는 것처럼.

고영일 농부의 <몽근차나락>


매일 SNS를 보며 세계 어딘가의 잘난 사람들을 보면서,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대기업이 만들어낸 막대한 이익을 보면서 또 흔들리고 흔들릴 것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무너지지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이 만든 기준이 아닌 내가 만든 기준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한다. 


끝으로, 인상깊었던 "밭"의 최동녘 대표의 한마디. 뿅.

다양한 감자 품종을 심고, 콩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도 농업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예요. 저희 부모님이라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건 결국 품종이 적어서 생긴 문제거든요. 같은 품종의 감자를 심으면 농민들끼리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은 결국 떨어져요. 감자 가격은 20년 동안 그대로예요. 이 구조를 깰 수 있는 것이 품종 다양화라고 봐요. 보라색, 초록색, 빨간색, 흰색 다양하게 심으면 모두가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죠. 이 철학에서 시작해 우리가 다양한 품종을 만들 수 있는가, 우리는 지속 가능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가 저희가 일을 하는 큰 원칙이에요.

작지만 큰 브랜드(p.101) / 북스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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