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입 60만원과 하루 11,000보, 그리고 이너피스
작년 말, 한달만에 만난 아버지.
매일 2만보+α를 걸어 10kg이상을 감량.
십수년 피던 담배도 하루아침에 끊어버리는 의지의 사나이에게는 그닥 특별한 일도 아니었겠지만, 의지박약의 아이콘인 아들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비루한 의지에, 거대기업과의 계약과 소상공인・굶주린 시민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더해 매일 만보를 걷기로 하였습니다. 이 포스트는 도보로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느낀 50일간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은 것입니다. 소제목만 그럴 듯하게 달았지만, 지하철에서 흥얼거리며 훑어보시면 충분한 내용입니다.
게으름, 눈을 감을 때까지 함께하는 정말 싫은 존재.
일끝나고 밥먹으면 얼추 8시, 거리두기로 헬스장은 9시까지거리두기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안갔겠지.
결국, 운동 대신 책이나 유튜브나 보다가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저 수락버튼을 누르는 순간, 매서운 알고리즘으로 나를 노려보는 배민과 생업이 걸려있는 소상공인과, 야식을 갈구하는 유저들 때문에라도 나갈 수 밖에 없다.
일단 나가면 하게되고, 하게되면 할 수 있게된다. 이 당연한 이치를 배민커넥트에서만 실현하고 있다는 게 뼈아프지만 그러하다. 추워도 장갑끼고, 패딩입고, 가방들고 걷게된다. 좋다.
남들보다 그렇게 바쁘지도 않은 주제에 계속되는 피곤. 아마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한시도 뇌를 쉬도록 하지않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명상이나 요가가 그러하듯이, 나에게는, 당장 10분 뒤에 픽업해야하는 치킨을 향해 걸어가는,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게되는 이 단순한 행위자체가, 의도치않게 뇌에게는 쉬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약간의 돈과 칼로리 소모를 위해 시작했지만, 계속 이 부업을 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뇌에게 주는 휴식시간 때문일거야.
이 글을 쓰는 시점에 155개의 배달을 했다. 그리고 100개가 넘는 곳에서 픽업을 했다.
"엇, 나 손님 아닌데 착각한건가"싶을 정도로 커넥터에게 친절하게 대응을 하는 곳이 있는 반면, 포장 손님인 줄 알았다가 커넥터라는 걸 알자마자 태도가 돌변하는 곳도 있었다(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라이더와는 달리, 도보로 배달하기 때문에 손님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
앱 안에서는 다들 친절하고 정성을 다하는 가게들이지만, 실제로 가보면 별의별 가게들이 다 있다. 음... 좋은 가게들이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할많하않).
나름 3x년 인생 중, 65% 이상을 살아온 서울 송파구지만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예~전에나 갔던 동네들을 걸으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했다...(이하 송파구민 한정 TMI).
무서운 형누나들이 많아 빙 돌아가던 가락시영아파트..(이제는 킹갓앰퍼러헬리오시티)
송파의 동대문, 문정동 로데오거리..(이제는 법조타운, 하비오오오)
송파의 홍대, 송파역잠실여고일신여상..(미술학원들 다 어디갔누..)
송파의 건대입구, 신천역..(1인6900원고기무한리필사장님 죄송했어요)
아빠 가락시장은 냄새나니까 하나로마트가자(사실 건물은 좋은데 냄새는 여전..)
애초에 돈이 주목적이 아니었기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퇴근 후 운동을 통해서 1주일에 10만원 전후의 수입이 생기는 건 기분이 좋다. 이 돈은 일단 최대한 모아둔 뒤에, 평소에 배우고싶었던 무언가를 배우는 데 쓸 생각이다.
참고로 배민커넥트(도보)의 경우에는 소득세(배달비의 3%)와 주민세(소득세의 10%), 산재보험료 그리고 2022년부터는 고용보험료도 공제가 된다. 별 생각안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떼가는 걸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확인해봐야지.
반은 진담 반은 농담이긴 하지만, 걷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는 Payback을 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 가는 길에도 배민커넥트를 켜고 뭐라도 배달을 한다든지, 여자친구를 마중가는데도 배달하면서 가려다 늦어서 혼난다든지….
사실 위에 적은 모든 장점들은 어디까지나 부업으로, 해도그만 안해도그만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장점들이다. 만약에 배달이 본업이 되고, 생계수단이 된다면 장점은 오직 돈 아닐까.
주로 22시 전후에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크고 작은 오토바이 사고들을 보았고 전업 라이더들의 초조함을 보았다. 월 1,000만원 넘게 벌어가는 라이더들도 심심찮게 있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는 집에서 가족들과 쉬고 있을 늦은 시간에 헬멧과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 채, 일개미들처럼 음식을 옮기는 걸 보면서, 약간은 플랫폼 자체에 대한 회의도 느끼게되었고, 시간장소에 얽매이는 노동에 의존해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점점 더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학생 때 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사람의 가치는 모두 같은가 하는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굳이 본인의 의지로 운동도 잘하고 계시고, 흔들리는 멘탈을 가다듬을 방법이 있다면 굳이 배민커넥트를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보고 싶으시다면 여기까지 읽어주신 정도 있고 아래 추천인코드를 적어주시면 좋겠읍니다. 사랑합니다.
https://baeminconnect.onelink.me/k618/3168f51
추천인코드 : nonbirije
가입할 때 위 추천인코드를 입력하고, 한 번만 배달하면 첫 배달의 배달 수단에 따른 혜택을 드려요!
▶바이크, 자동차 5만원
▶도보 2만원
*가입일(계정생성일) 포함 14일 이내 1건 이상 배달 완료 시 지급됩니다.
- 22시반 이후, 목적지의 70%는 모텔. 시간에 비례하여 그 비율은 증가함. 대부분 1층에 두고 가도록하기 때문에 올라가지않아도 된다. 오히려 좋아
- 롯x캐슬골드, 시x니엘 같은 곳은 상가 입구와 아파트 입구가 다른데다가, 엘리베이터 타려면 인적사항도 적어야되서 피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 도보로 &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현위치~픽업지(=A)가 멀더라도 픽업지~목적지(=B)는 가까운 게 좋다. 특히 아구찜이나 감자탕 같은 건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