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9

결국, 찾아온 운명

by DEN

우리 마을로 도착하자 마자 빠르게 마을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러 얘기를 하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반가워하듯이 다가왔다. 여러 사람이 이런저런 말은 하는 바람에 나는 아무 말도 알아듣지 못했다. 1분 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자 나는 모두에게 조용해달라고 부탁했다. 분위기가 안정되자 먼저 입을 열어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대략의 상황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이 정리해서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이야기하더니, 전 수호자님과 비슷한 나이대에 어르신이 말씀해 주셨다. 대략 내가 없었을 때 우리 마을에 바다 괴물이 찾아와서 전 수호자님의 지휘 아래, 그 괴물을 물리친 적이 있었다. 그 괴물을 완벽하게 잡지는 못했지만, 큰 충격을 주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가 떠난 사이에 갑자기 그 괴물이 다시 남쪽 바다에서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그 괴물이 그때 봤던 것보다 커져서 왔다는 것인데, 그때도 여러 가지 방법을 쓰면서, 그 괴물을 쫓아내려 해보았는데, 너무나 강력한 상대라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약간의 피해도 입지 않는다. 그런데 그 괴물이 더 커져서 왔으니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전 수호자님이 예전에 말씀해 주신 덕분에 내가 없었을 때 마을에 닥친 위기를 알고 있고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갔는지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하면 그것 때문에 오히려 무너질 수 있으니,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그 괴물이 우리 마을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큰 괴물이기에 얕은 바다로는 올 수 없고 우리 마을의 남쪽은 절벽이고 꽤 높기에 너무 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며 사람들을 안정시켰다.

사람들은 일단 안정시키기는 했지만, 한시가 급한 것은 분명했다. 사람들을 모은 뒤 기본적으로 전 수호자님의 방식을 따를 것이고 단체를 만들어서 작전을 수행할 구성원을 모집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단체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어떤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이 단체의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우리 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모든 마을 사람이 나의 의견에 동의했고 리바이어던을 잡기 위한 단체가 만들어졌다. 먼저 그 괴물을 보겠다고 했는데, 그 괴물은 계속 우리 마을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선 물리치려는 상대를 봐야 하므로 전 수호자님이 했던 것처럼 돌아가면서 감시하도록 했다. 전 수호자님의 방식 그대로 40가구에서 각 한 사람씩 보내어 일주일 단위로 근무하도록 했는데, 그때보다 2가구 늘었기 때문에, 40가구를 뽑아 교대로 감시하게 하고 2가구는 만약에 상황을 대비하도록 했다.

이곳에 원래 살고 계셨던 가구 구성원들이 다른 곳에서 거주하기로 했다. 가구가 늘어났기에 전 수호자님 때처럼 남는 집은 없었다. 보통 우리 마을은 만약에 사태를 대비하여 가구보다 한두 개 정도 많은 집을 짓지만, 가구 간 늘어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남는 집이 없었다. 그 괴물을 물리친 뒤에 그 단체의 근거지가 그대로 전 수호자님의 집이 되었다. 그 괴물의 동태를 살피고 작전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그 집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모님을 찾아뵈어 혹시 사모님 댁에 리바이어던을 물리치기 위한 단체 구성원들과 감시자들을 머물게 하고 사모님은 일단 우리 집에서 지내셔도 괜찮을지 여쭈어보았다. 사모님도 그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지만,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으니 만약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마을의 작은 집에서 지내겠다고 하셨다. 난 그래도 괜찮으실지 여쭈어봤고 사모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주위의 구성원분들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와 단체의 구성원들에게 소식을 전해줄 전달원 2명 정도만 이곳에서 지내고 작전을 논의하거나 수행하는 등 필요할 때마다 모이기로 했다. 단체의 구성원들에게 소식을 전해줄 2명은 체력이 좋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사람으로 뽑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내 방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을 때, 부모님이 찾아오셨다. 먼저는 나를 걱정해 주셨다. 나는 이건 우리 마을 모두의 힘이 필요한 일이고 나만 특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할 것이라면, 우리 마을 전체를 걱정하는 것이 맞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은 큰 말씀 안 하시고 나를 믿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기본적인 옷과 생필품을 챙기고 노트와 만년필, 전 수호자님의 일지를 챙겼다. 나가기 전에 부모님은 나를 꼭 안아주셨다. 나는 울컥하는 감정이 들어, 괜스레 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데 꼭 사람 떠나보내는 것처럼 왜 그러냐고 투정 부렸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남쪽 바다를 감시하는 한편, 나와 여러 마을 사람은 단체의 구성원을 어떻게 꾸릴지 논의했다. 기본적으로 작전 수행은 10명 정도가 있으면 우리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작전은 거의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건 그때 가서 더 사람을 모집하도록 하고 체격이 좋고 운동능력이 좋은 젊은 10명을 수행원으로 뽑았다. 특히 젊은 수행원 중에는 에페보스도 포함되었다. 내가 처음 수행원을 모을 때, 아니 모으기도 전에 나에게 찾아와 누나의 복수를 하고 싶다고, 체격도 좋고 운동능력도 충만하지 않냐고 나도 충분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수행원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 역시 에페보스를 신뢰했고 열정도 충분한 거 같아서 좋겠다며 수행원에 포함시켰다.

또 작전을 논의하고 구상하는 사람들도 필요했는데, 전 수호자님이 리바이어던을 물리칠 때 구성원이었던 사람을 3명 정도, 나 외에도 다른 이유로 교육을 받았던 2명 정도를 전술 연구원으로 뽑았다. 다만 고정된 것은 아니고 다른 누구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안건을 제시해달라고 했고 구성원이 아니라고 해서 이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지 구성원은 이 일에 전념하는 사람일 뿐이고 우선으로 생각하고 수행하는 사람이며, 이 일은 우리 마을 전체에 일이기에 모든 마을 사람의 도움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렇게 리바이어던을 물리치려는 우리 마을의 시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과 같이 되어 나오리라1)




하나님 아버지, 이번 시련을 통해서 저에게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시련을 통해 제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성장하시기를 바라나이까? 이 시련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게 하소서. 이 시련을 통해 제가 더 강해지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당신 나라의 좋은 일꾼이 되게 하소서. 지금 제가 겪는 이 시련이 저를 단련시키기 위한 당신의 큰 뜻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부디 제가 이 시련을 이겨내는 동안 항상 함께하여 주시고 이 시련이 저를 완전한 파멸로 이끌지 않게 도와주소서, 이 시련을 이겨낸 뒤 저희 마을이 더 강성해지고 더 아름다워지고 더 견고한 공동체 되게 하여 주소서.

저는, 아니 저희는 리바이어던을 잡아내고 승리할 것입니다. 저희는 저 생명체와 끝까지 싸워낼 것이며, 저희의 것, 저희 마을을 지켜낼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가 사랑하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고 투쟁할 것입니다. 이 뜻이, 제가 품고 있는 이 생각이 부디 당신의 뜻과 일치하기를, 이 생각이 저만의 오만한 생각이 아니라 당신께서 내리신 저의 사명이기를, 당신의 시선과 저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를, 결국, 리바이어던이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것도 빼앗아 가지 못하게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는 믿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습니다. 이 시련이 당신의 계획이던, 사탄의 시험이던.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제게 주어진 이 시련을 이겨내고 제가 더 단련될 수 있을 것이라, 그래서 순금과 같이 되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믿겠습니다. 분명 쉽지 않은 시련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꼭 이겨내겠습니다. 지켜봐 주소서. 제가, 저희가 이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을. 지켜주소서. 이 시련 속에서 무너지지 않게. 저희는 꼭 해낼 것입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1) 욥 23:10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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