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FFICE 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토리 Nov 19. 2021

퇴사 vs. 출사

프롤로그|변명을 삼킬 것인가? 확신을 밝힐 것인가?

언젠가부터,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니,

퇴사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감으로 돌변했고

모든 걸 불만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사직서를 써 봅니다.

그야말로, 명문입니다.

그 누구도 나의 퇴사 이유에 토를 달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기분이 언짢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항변을 해야 하지?


개인 사정. 아…… 이건 또 너무 싹수없어 보입니다.

사직서 문구 쓰는 것도 일입니다.

음…… 나중에 쓰기로 합니다.


신입사원 땐 영혼까지 팔 기세였습니다.

그리고, 15년이 넘는 동안 너무 많이 팔아먹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관두자 생각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하나, 식구들을 생각하면 회사를 관두겠다는, 그 생각을 관두게 됩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릅니다.

아직도 팔아먹을 영혼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자존심 따위 잊은 지 오래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사표를 써볼까?


임금의 명을 받아 전쟁터로 나설 때

죽을 것을 알면서도 우국의 뜻을 적어 올렸다는 그 출사표 말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지만

그 명을 따르겠다는 분명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만 쓸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얼마나 죽기 싫었을까?

얼마나 식구들이 걱정됐을까?

얼마나 관두고 싶었을까?


그래서, 썼는지도 모릅니다.


까짓 거, 관두면 그만입니다.

하나, 아깝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솔직히, 사직서 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출사표를 내보려 합니다.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어차피 영혼을 파는 건 매 한 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조금 달라질 거 같습니다.


준비가 되면 반드시 사직서를 낼 겁니다.

그렇다면 뭘 준비해야 할까?

또 고민이 됐지만 나름 내린 결론은,

지금 내 일을 가지고 신나게 놀아봐야겠다는 겁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합니다, 아니 놉니다.


사직서를 내는 날까지 출사표를 내걸고.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쓸모없단 생각이 든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