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공부가 점점 어려워진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 학습은 끝났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어려워지는 것들이 꽤 있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한국 말에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내일 날씨가 맑다고 합니다.
내일 날씨가 맑답니다.
내일 날씨가 맑대요.
지난 번에 K상이 '~랍니다','~답니다'가 너무 어렵다고 했었다. 그 말을 평소에 많이 쓸 것 같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대요'는 평소에 많이 쓸 수 있는 말이라서 좀 정리해서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리하다 보니 어렵네.
놀다 같이 'ㄹ' 받침인 말은 'ㄹ'이 없어지고 평서문에서는 논대요, 다른 문장에서는 놀래요, 노녜요, 놀재요...
정말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어렵다.
실제 의식해서 배운 적이 없는데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다 맞게 말하게 된 거지?
하나하나 나눠서 가르치다 보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신기할 때가 많다.
다들 수험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어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어서 배우는 사람들이니 너무 부담 주지 말고 천천히 반복하고 입에 붙게 연습하는 수밖에.
이론으로는 알아도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명령하는 말에 '~해 주세요.'가 붙으면 더 혼란의 도가니로 빠지게 된다.
의자에 앉아 있는 학생 A가 있다.
창가에 있는 학생 B가 있다.
A가 "B, 조금 더운데 창문좀 열어 줘."라고 말했다.
B가 듣지 못한 것 같다.
C가 들어서 B에게 전한다. "B, A가 창문좀 열어 달래."
'~줘'가 '~ 달래'로 바뀐다.
주체에 따라 '~ 달래' 로도 '~주래'로도 바꿔서 말해야 한다.
"아이가 장난감 사 달래요."
"아내가 쓰레기 좀 버려 달래요."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꽃을 사 주래요."
"아빠가 할머니 짐 좀 들어 드리래요."
"잘 했어요. 다 맞아요."
텍스트 보면서 연습할 때는 다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쓸 때는 어렵다.
"3번은 어떤 상황이에요?"라고 K상이 궁금해했다.
"어떤 상황일까요? 상상해 보세요."
"이 남자가 여자 친구와 싸웠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가 꽃 사 주라고 했어요."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가서 말해요.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꽃을 사 주래요."
"앗 안 돼요."
내가 듣다가 갑자기 너무 큰소리로 말했다.
너무 상황에 몰입했었던 듯. ㅎ
K상이 깜짝 놀라며, "왜요? 저 틀렸어요?" 눈이 동그래진다.
"친구가 꽃 사주라고 했다고 여자 친구에게 말하면 안 돼요.
좋지 않아요. 다시 싸워요."
"네? 맞아요. 그런 말은 전하면 안 돼요."
둘다 웃음이 터져서 킥킥댔다.
다 했지만, 다음에 또 잊어버릴 것 같다고. 다음에 또 천천히 연습하자며 수업을 마쳤다.
그러게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꽃을 사주래요".는 언제 쓸 수 있는 말이지?
굉장히 바보 같은 남자인데?
연습 위한 문장들이라서 실제 상황에 대비해 보면 이상한 문장들이 많다.
실제 상황에서 연습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우리 딸이 내일 시험이에요. 그래서 바빠요."
"바빠요? 누가 바빠요? 딸이 바빠요? K상이 바빠요?"
"딸이요."
"네, 그럴 때 우리 딸이 내일 시험이래요. 그래서 바쁘대요."라고 하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