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낳으리라~'

by 미르mihr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치앙마이에서 꼭 봐야 곳 1 순위는, 치앙마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자리한 도이수텝 사원의 일몰과 야경이었다. 문제는 그곳 역시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렵다는 것. 사람들은 대체로 택시와 흥정을 해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려달라고 하고 다시 그 택시로 돌아오거나, 단체 투어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소심한) 나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조급해져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물에 대해 누군가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혼자 하는 몽상을 좋아하는 나는, 투어 같은 건 당연히 싫었다. 그래서 그냥 나 혼자 택시 타고 가서 또 어떻게든 택시를 불러서 타고 와야지, 이런 안일한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오토바이에 실려온 사건 뒤, 또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소규모 투어를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도이수텝 투어는 내가 요전날 오토바이에 실려왔던 동굴사원과 함께 묶여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곳에 택시가 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그냥 도이수텝 하나만 여유롭게 보고 싶었지만, 그런 상품은 없었다. 그나마 찾아낸 것이, 도이수텝 가는 길 산 중턱에 있는 '왓파랏'에 잠시 들렀다가는 상품이었다. (소심한) 나는 투어의 어색한 만남이 그닥 내키지는 않았으나, 오토바이 사건이 너무 강렬했던지라 눈을 질끈 감고 냉큼 결제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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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투어 회사에서 만든 카톡방에 들어가 보니 나까지 모두 네 명인 투어 참가자들 모두 한국인이었다. 심지어 두 명은 나와 같은 숙소. 오후 4시에 먼저 우리 숙소 앞으로 픽업을 온 차량을 타면서, 같은 숙소에서 나온 한국인 모녀분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둘이 함께 오신 그분들이 자연스레 뒷좌석에 앉고 혼자였던 나는 자연스레 보조석에 앉을 수밖에.


영어도 잘하는 태국인 가이드는 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옆에 앉은 내게 말을 시켰다. 태국식(물론 미국식이든 영국식이든) 영어도 잘 못 알아듣겠고, 영어로 문장을 말하기도 힘든 나는, 비록 웃고는 있었지만 에어컨이 빵빵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땀을 흘려야 했다.


돌아오는 길은 출발지였던 내 숙소가 마지막 종착지였는데, 함께 탔던 모녀는 저녁을 먹으러 어딘가에 간다며 중간에 내려버리고, 나 홀로 안친한 가이드와 뭔가 대화를 나눠야 하는 어색한 시간이라니. (아, 나이 오십 넘어도 왜 이렇게 사회성은 점점 더 안 길러지는 것이냐. ㅠㅠ)



그러나 나의 이런 소심함만 제외하면, 투어자체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나라 미시령길만큼이나 높고 꼬불꼬불한 길을 가이드는 아주 능숙하고 부드럽게 운전했다. 또 영어로 길게 말 못 하는 우리 팀을 위해 쉬운 영어로 최대한 자세히 뭔가를 설명해 주려고 애썼다. 게다가 포토 스폿에서는 한 명씩 전부 각자의 폰으로 기념사진까지 찍어주면서, 이런 포즈 저런 포즈를 시범까지 보여가며 우리를 웃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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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수텝 오르는 길에 들렀던 '왓파랏'은 올드타운이나 도이수텝의 화려한 사원들과 전혀 달랐는데, 가이드 말로는 다른 사원들처럼 란나 양식이 아니라, 미얀마 스타일이라고 한다. 사원 자체도 매우 소박-단아하고 부처님도 홀쭉한 스타일이었다. 높은 숲 속 계곡 옆에 자리해서 인지, 한낮에 33도를 웃도는 치앙마이 시내와는 달리, 그곳은 아주 시원했다.



옛날에 란나 왕국의 어느 왕이 하얀 코끼리의 등에 부처님의 사리를 싣고, 그 코끼리가 선택한 땅에 사원을 짓기로 했더란다. 그 코끼리가 도착해 죽은 곳이 지금의 도이수텝 자리이고, 코끼리가 가다가 중간에 미끄러져서 쉬던 곳이 왓파랏이라나. (산중턱 경사진 비탈에 자리한 '왓파랏'은 그 이름 자체가 미끄러진다는 의미라고, 가이드가 그랬던 것 같은 데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산 정상에 자리한 도이수텝에서 바라본 치앙마이 시내 전경은 아주 시원했다. 비록 수많은 관광객들의 수다와 감탄사 때문에 좀 시끄럽긴 했어도, 일몰도 장관이었고 어두워진 후 조명을 받아 더욱더 금빛 찬란한 야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가이드를 따라다녔던 덕분에, 나는 도이수텝에서 아주 특별한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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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수텝 불탑 앞에서, 저녁 예배시간이 되어 스님들이 의례를 시작해 관광객들은 잠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틈에 함께 온 모녀 두 분은 어딘가로 사라지시고, 불탑 앞 신자들의 기도 공간에 앉아있던 나와 또 다른 홀로 오신 분에게 가이드는 온 김에 운세나 한 번 뽑아보자 했다. 그는 옆에 있던 젓가락처럼 생긴 나무 막대기들이 가득한 동그란 통을 우리에게 내밀더니, 열심히 흔들어서 그중 하나가 튀어나가게 하라는 것이다.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흔든 덕분에 젓가락들 중 하나가 튀어나가떨어졌다. 가이드는 젓가락에 쓰인 번호를 보고 그에 해당하는 운세가 적힌 쪽지를 뽑아주었다. 거기에 쓰인 나의 운세는 이랬다.



내가 곧 '아들을 낳을 것'이란다! 하, 하, 하, 갱년기에 들어선 내가, 아들을 낳다니! 그런데 과연 ‘아들'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다음 편에서 자세히 써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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