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면서 이곳저곳 많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어느 곳은 몇백 밀리도 안 왔는데 어느 지역은 한 시간에 백미리가 넘게 오면서 피해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 물난리 모습을 보니 생각나네요. 어릴 적 살았던 고향은 한여름 장마철이면 집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서 물길을 만들고 퍼내고 며칠은 난리를 겪었지요. 산 밑에 지어진 집이라 나무를 때는 부엌에서도 물이나 와서 마당으로 물길을 만들고 흘탕물을 퍼서 빼냈지요.
마당과 집 주변 곳곳에도 샘이 터져 마당과 길이 모두 물바다였습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집뿐 아니라 옆집 앞집 할 것 없이 모두 겪는 일 년 한차례 의식 같은 되풀이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재미? 도 있었지요. 강가에 가면 황금빛 흙탕물이 그간의 강 모습을 모두 덮어 버리고 흘러가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가끔 짐승이 물에 떠내려 가기도 하고 통나무가 떠내려가는 것을 마을 어른들이 긴 장대를 이용해 건져 올리는 모습도 보이곤 했습니다. 그리고 비가 그친 다음날이면 언제 물이 그리 많았는가 싶을 정도로 빠져나가고 산기슭에는 물줄기가 지나간 흔적으로 쓰러진 나무와 쓰레기들이 걸려있곤 했습니다.
이런 큰 비는 집에서 뿐 아니라 마을로 이어지는 큰 길이 물에 잠기면서 쓸려내려가거나 산사태로 길이 끊어지는 일도 흔한 풍경이었지요.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리어카와 삽 곡괭이를 들고 그 길을 다시 만들러 나가곤 했습니다.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니어도 마을 사람 전체가 함께 했지요.
매년 되풀이되는 장마지만 언제나 끔찍한 결과를 남겨 놓곤 하는 것이 비 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전과 다른 상황이 계속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인간의 능력은 자연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어떻게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것일까.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겠지요.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을 보면 금방 잊어버리는 인간의 심리, 이런 것은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