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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Jul 01. 2023

어떤 죽음

  아주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존경했던 분이 돌아가셨다. 말기암에 걸리셨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최근 두 달 동안 몸이 급격히 나빠지시더니 며칠 전 세상을 떠나셨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이 분을 치료와 회복을 바라며 마음을 모았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피곤하고 먼 거리여도 이 분이 떠나시는 길을 봐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장례식에 참여했다. 나와 함께 한 분도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지만, 이 분에게 받았던 사랑이 너무나 커서 큰 마음을 먹고 함께 동행하셨다. 장례식장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조문이 끊이지 않았고 전날에도 그랬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아주 먼 거리여도 기꺼이 장례식에 방문하셨다. 


 부고 소식을 들은 순간에는 생각보다 갑작스러웠지만 병이 점점 악화되시면서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슬픔의 감정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장례식장에서 헌화를 하기 전, 환하게 웃고 계신 사진을 보는 순간에는 정말 떠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면서 나도 이 분처럼 사랑을 뿌리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고 싶으셨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셔서 안타깝다고 하니 다른 분이 책 한 권 남기는 것보다 사람 한 명 살리고 회복시키는 것이 더 가치롭다는 말씀을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분의 사랑을 느꼈던지. 잠깐의 찰나의 만남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환대와 애정을 느끼게 하셔서 여러 번 감동을 받았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어떤 죽음을 맞이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모으고,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아무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도 나와 함께 했던 이들이 나를 소중한 사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떤 면에서 매우 아쉬운 인생일 것 같다. 


  생각지 못한 순간에 이른 죽음이 찾아와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하지 못했고, 인생을 계획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 같아도 가장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으면 그 인생은 값지고 영광스러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돌보는 삶,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부지런히 돕고 기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며 언제 세상을 떠나도 할 일을 다한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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