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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Jul 14. 2023

나의 부족함이 나를 구원한다.

 #1. 부족한 체력-> 건강 지향적 삶, 우선순위에 따른 삶으로

 나는 한창 뛰어 놀고 힘이 넘칠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체력이 늘 좋지 않았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자 했던 나의 의도와 다르게 오후 수업만 되면 늘 졸았고, 심지어 외국어 모의고사 때도 늘 졸음과 싸워야 했다. 그때는 비타민 같은 것으로 내 부족한 체력을 채울 줄 몰랐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지냈다. 

 

 학생 때는 조금 피곤하고 졸려도 하루를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직장인이 되면서 내 체력은 내게 문제가 되었다. 쉴 시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저녁에 약속을 잡으면 다음 날 아무래도 무리가 되기 때문에 거절 못하는 내가 점점 아주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거절을 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사람들도 일년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한 번 꼴로 만나려고 노력했다. 내 삶이 아주 중요한 것 아니면 다 하지 않는 것으로 재조정이 되었다. 내 체력이 좋았다면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틈이 없이 이것저것을 하러 돌아다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강 자체를 지향하는 삶은 나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나는 어느새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2. 거절하지 못하고 싫은 소리 못하던 성격 -> 의사소통능력 향상으로

  성격도 매우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처음에는 나를 지키는 법을 알지 못해서 사람들이 요구하고 요청하는 대로 만족시키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다가 번아웃이 오고 정신을 차리게 되어서 이제는 내가 필요한 선을 그을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사적인 질문을 할 때마다 늘 불편했지만 대답해 주곤 했는데 이제는 나는 개인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질문을 하는 경우 대답을 하지 않기도 한다. 동료와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 나의 생각이 동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분명하게 차분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나랑 성향이 비슷한 동료와 올해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 나랑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동료는 체력이 무척 좋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너무 지치고 힘들 것 같은데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고 맡겨진 일을 다 해내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라고 혼자 생각하며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번 주 너무나도 버거운 일을 감당하면서 처음으로 힘들다고 표현하고 마음도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모로 챙겨주었다. 이 동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앞으로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이 좋고 싫은지 그 기준을 잘 알지 못해 고군분투하던 시간을 보냈었다. 불편한 것을 참고 이겨내며 다 표현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폭발했는데 그 때는 이미 관계 회복의 가능성은 없었다. 마음이 착하고 타인을 많이 배려하는 사람이 마음을 닫으면 이미 상대가 존재 자체로 싫어졌다는 뜻이다. 나도 내가 그렇게 냉정한 사람으로 돌변할 지 몰랐다. 마음이 안 좋으니 몸도 더 안 좋아졌고 스스로 수치심과 죄책감에 오래 시달려야 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나랑 정말 다르고 힘든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도 너무 힘들지만 되돌아보면 그 힘든 사람을 통해 나는 구원받을 수 있다. 그 때의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점을 놓쳤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해 만난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가 어려운 동료도 내 옆에 존재하지만 예전만큼 버겁지는 않다. 그 존재가 싫어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나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대화를 통해 나를 배려해달라고 요청하는 행동은 나중에 크게 터질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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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부족한 체력과 표현능력을 기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바른 식사 습관과 운동습관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벌써 3년 째 이어져오고 있고 의사소통능력을 위해서는 매일 일기를 쓰며 나를 되돌아보고 해야할 말을 못하진 않았는지 늘 점검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제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 방법은 그 사람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거에요. 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나의 진심을 알았던 그들은 알겠다고 걱정 말라고 하면서 정말 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이런 부탁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필요한 모든 말을 다 하지는 못한다. 이 말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고민하다보면 때를 놓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해서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내가 가진 부족했던 면들이, 그래서 나를 좌절하게 했던 부분들이 이제는 나를 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나의 부족했던 점을 채워가려는 노력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건강 악화나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해서 찾아오는 번아웃, 동료사이의 갈등까지 모두 예방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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