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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an 03. 2025

첫사랑과, 사랑에 대해서

사랑

사랑은 무엇일까요? 오래된 질문입니다. 플라톤은 사랑을 영혼의 갈망이라고 했고, 루소는 사랑을 인간 본능의 연장선이라 했으며, 프로이트는 사랑을 욕망의 표현이라 보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죠.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요?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은 과거의 내 모습을 비춰줍니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날들은 인생의 다른 장면들 속에서도 한없이 선명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 사랑이 완전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그 감정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아 우리 마음 속에서 재생됩니다.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나는 한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손짓 하나까지 모든 것이 나에게 특별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시간이 지난 지금, 색이 바랜 듯 느껴지더군요. 처음엔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강렬한 감정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데 다른 한 가지는 선명히 남았습니다. 나를 사랑해준 사람의 기억입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복잡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것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던 기억만 남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준 사람의 따뜻한 손길, 미소, 작은 행동들이 나를 붙잡고 있더군요. 그 기억은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붙잡고, 쓰러진 순간에 다시 걸어가게 만드는 힘 말입니다.

책 속에서 발견한 사례 하나를 들려드릴게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마들렌 향기를 통해 과거를 떠올립니다. 마들렌 향이 단순한 음식 냄새를 넘어서는 이유는 그 속에 그의 어머니가 준 사랑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해준 작은 배려, 나를 위해 불렀던 노래, 그 사람과 나눈 평범한 대화들. 그것들이 사랑입니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날들이 모두의 삶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무엇을 남겼는가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재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삶의 가장 진실한 모습입니다.

결국, 사랑은 단순한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고백이며,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가 당신을 일으켜 세우는 기억으로 남았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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