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3
습한 공기와 함께 시작된 월요일. 하지만 나 정쥰, 대구사람으로서 이정도 습기엔 끄떡없지.
오늘은 점심쯤에 이소가 왔다. 이소는 내 중학교 친구. 처음으로 같이 우정링을 맞췄던 친구.
비대면 수업이 대부분이어서 본가인 대구에서 수업을 듣다가 기말고사 시험을 치기 위해서 올라왔고, 시험기간인 이번 주 내내 우리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혼자 살기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손님을 들인다고 생각하니 턱없이 좁은 느낌이라 마음이 좀 쓰인다. 이래서 투룸엔 살아야하는데...
집에 온 이소와 집 앞 돈까스인지 돈카츠인지 암튼 치즈 왕창 들은 튀김이랑 쌀국수 먹고 같이 스터디카페로 갔다. 이소가 아주 좋은 스카라고 인정해줘서 괜히 뿌듯했다. 자신만만하게 커피 한 잔 내려줬다 ㅋ(사실 기계가 내리는거임)
1시 반 쯤에 도착했기에 6시간권을 끊고 이것 저것 했다. 우선 월요일이니까 한 주의 목표부터 세웠다. 할 수 있다, 해 보자...~
근데 다섯시간이 넘어가자 집중력이 고갈됐다. 거기에 배까지 고파져서 산만 그 자체였다. 폰을 보다가 현타가 와서 책이라도 읽자 싶어 책을 꺼내들었다. 재밌었지만 집중은 잘 안됐다. 마침 이소가 와서 조금 이르게 나가는게 어떠냐고 물어서 냉큼 그러자고 하고 나왔다.
푸라닭과 지코바 사이에서 한참을 고뇌하다가 오늘은 밥이 좀 더 끌렸기에 지코바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먹는 지코바 정말 맛났다. 내일은 장을 좀 봐서, 남은 치킨과 떡으로 볶아먹을까 싶은데 사실상 떡밖에 안남아있어서 좀 그른가 싶고.. 머 내일 생각할게~ 식탁보가 더러워져서 냅다 버렸었는데 오랜만에 펼치니 넘 더러워서 좀 민망했다. 내일은 꼭 다이소가서 식탁보 사야지. 내일 안사면 진짜 그냥 냅다 고기집 가서 식탁위에 까는 비닐 훔쳐온다.
저녁을 먹고 나서 효주네 카페로 갔다. 화니가 줌을 하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울 화니는 천재다) 알바중인 효주를 구경하면서 나는 페이스톡을 켰다.
이토록 가식적인 웃음이라니
근데 카페라떼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이렇게 고소할수가! 속으로 역시 이효주 잘키웠군 이렇게 생각하며 의기양양했는데 알고보니 효주가 만든게 아니라고... 그래도 효주가 갖다줬으니까 대충 그런 걸로 치자.
사장님이 나가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보는 이효깽. 솔직히 나도 웃겼다. 뭐가 웃긴지는 잘 몰라. 찍을 땐 몰랐는데 이제와서 다시보니 효주는 저 공간이랑 참 잘어울린다.
효주의 알바가 끝나고 기획중인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효주가 듣고 온 조언들을 공유하기도 했고, 대관건과 예산건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초짜들의 기획과정에서 효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말을 했다. 나는 사람에게 서운한 것을 잘 말하지 못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버린 경험들과, 그 경험에서 기인한 걱정들을 늘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말 할 수 있었던 건 내 말을 자신의 시선대로 오해해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너무 소중하다. 그러니까 믿고, 용기를 내야한다. 나를 믿고, 너를 믿고, 우리를 믿고.
서운함을 말하면서 심장이 떨리지 않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니는 정말 옙부다. 페이스톡을 하는데 문득 우리 화니가 아이돌을 했어도 참 잘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계의 독보적인 캐릭터.. 하 아쉽다 아쉬워. 근데 아이돌 했음 나 못만났겠지?
효주 알바 끝나고 셋이서 같이 줌 했다. 별 이야기 안 했지만 즐거웠다. 화니는 자꾸 자기랑 줌 해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도 좋고 화니도 좋고 효주도 좋은 것을 하는데 누가 누구에게 고마운 일인가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나도 효주랑 화니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해서 고마운게 맞나 싶은거다. 음... 다음에 또 화니가 고맙다고 하면 나도 고맙다고 답하면 되겠다. 이래서 생각을 글로 써버릇 해야하나봐. 쓰면서 정리가 되네!
+ 오늘의 이슈
오랜만에 뚜구리톡방이 활성화되었다. 중학교때 처음 만났으니까, 십년이 넘었네.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 해도 가끔 생각이 났었다. 회사를 다닐때는 회사생활을 했을 더지가, 졸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지금은 나보다 먼저 졸업을 했던 구리가. 그 시간에 너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지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구리의 항상 그대로라는 말이 정말로 반갑다. 다시 만나게 되어도 늘 그대로인 관계, 친구들이 있다. 심지어 부르는 별명조차 그대로인... 그래서 일년에 한번을 만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 물론 업데이트 된 어른의 모먼트들이 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반갑고 즐거운.
대구를 가고싶지 않다는 마음은 여전한데, 친구들은 그립다. 따지고 보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무엇이 나를 대구로 향하지 못하게 하는가... 사실 알고 있는데 그냥 두려고 한다. 가고 싶어질 때까지... 적어도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올 해 안에는 꼭 가서 친구들을 만나야지.
+ 환희가 보고싶다. 어제도 보고싶었고 어제아래도 보고싶었다. 환희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는데 주접같아서 블로그에 못 쓰고 있다가 세번 참았음 됐다 싶어서 그냥 쓴다. 그래도 좀 챙피하니까 안보이게 써야지
오늘 한 것
한 주 목표 잡기
공연장 대관건 재문의
마라마라크 예산건 이야기
숨고 가입
마라마라크 포스터 작업 기획
화니 효주랑 줌
미완한 것
운동
대표님께 통장 사본 보내기
어떻게 할 것인지?
낼 꼬옥~ 할게~
+ 환희가 보고싶다. 어제도 보고싶었고 어제아래도 보고싶었다. 환희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는데 주접같아서 블로그에 못 쓰고 있다가 세번 참았음 됐다 싶어서 그냥 쓴다. 그래도 좀 챙피하니까 안보이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