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e canal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차리고 국제 무역을 휘어잡던 17세기, 지금의 뉴욕 씨티는 당시 뉴 암스테르담으로 불렸다는 것, 뉴욕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뉴욕주에 10년 거주하며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니 두 도시의 공통점이 보였는데, 바로 운하 (canal) 시스템이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 뉴욕주의 운하는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 미국 유학 당시, 학교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멘토분과 함께 간 뉴욕 박물관에서 증기기관차가 발명되기 전, 뉴욕 주의 운송업은 대부분 운하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항구를 중심으로 한 Fairport와 같은 도시들은 급격한 성장 및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실제로 해상 운송 수단이 활발했던 18세기말 뉴욕주 버펄로시는 미국에서 부자들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였다고 한다.
페어포트 (Fairport)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욕 운하 (=이리 커낼 erie canal)가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어딜 가나 “운하뷰”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미국의 소도시이다. 그 아름다움에 페어포트의 별명은 “뉴욕 운하의 보석 (Crown Jewel of the Erie Canal)”일 정도다.
지난 글에서 다룬 로체스터와 가깝기 때문에 로체스터를 방문할 일 있다면 페어포트도 잠깐 들러 커피나 양조장에 들려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뉴욕의 운하는 버팔로가 맞닿아 있는 이리 호수 (Lake Erie)와 뉴욕 씨티와 뉴저지를 가르는 허드슨 강을 잇는 것이 특징인데 그 길이가 무려 584 km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 간의 거리가 약 320 km라고 하니, 남한의 약 1.8배의 길이를 잇는 운하였던 것이다. 지금은 몇몇 운하는 다시 메꿔서 길이가 560 km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운하를 다시 도로로 만든 곳 중에 한 곳이 뉴욕 주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 시라큐스이다. 시라큐스 다운타운에는 운하가 있던 당시의 시라큐스 모습을 벽화로 남겨놓기도 했다.
암스타르담의 운하 옆에서 피크닉을 한껏 즐기다 뉴욕에 돌아오니 이 운하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아쉬운 대로 전 운하, 현 분수대에서 시라큐스의 유명한 파스타 집 빵에 샌드위치 재료를 넣은 나름 유럽 감성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분수대의 물을 즐겨보았다.
운하는 없어졌지만, 운하 시절 이곳에서 일한 아이리쉬 (Irish) 이민자들은 돌판에 새겨져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과거 시라큐스 다운타운을 가로질렀던 이 운하의 흔적은 이 분수대뿐 아니라 운하 뮤지엄에서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리 운하 뮤지엄 (Erie Canal Museum) 입장료는 10불로 “권장”되기 때문에 1불만 내고도 돌아볼 수 있다. 뉴욕의 동, 서를 잇던 운하에 대한 내용이 생각 외로 재밌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방문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뮤지엄에서 알게 된 내용 중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운하를 만들던 19세기 당시, “엔지니어”라는 직업 혹은 전공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라는 것이다.
즉, 이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토목 엔지니어 혹은 재료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지식을 쌓아가는 이른바 “learn as you work (일하면서 배우는)” 포지션을 가졌었고, 뉴욕 운하 완공에는 약 8여년이 걸렸다고 한다.
일꾼들이 운하 사업에서 얻은 지식은 후에 뉴욕 주에 엔지니어링 학교가 세워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뮤지엄에서 알 수 있었던 인생의 진리는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것. 인생의 진리까지 안 가더라도 운하를 잇는 것이 당연히 쉬운 프로젝트였을 리가 없다.
버팔로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버펄로와 다른 도시들의 고도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580 km 길이의 운하 중간중간 수문 (Lock)을 설치해서 운하의 높이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극복했다고 한다.
처음 운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을 때의 총 수문의 갯수는 약 80여개였는데 지금은 50여개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깨달음은 “시대를 타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뉴욕을 가르 지르는 운하를 만드는 것이 뉴욕 주도 사업이었던 만큼, 운하가 지나가는 페어포트, 버팔로, 시라큐스 등 도시들은 운하를 통한 직접적 경제적 이익 외에도 맥주를 위주로 하는 주류 사업, 엔터테인먼트, 도자기 사업 등이 성행하면서 오는 부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톡톡히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흘러, 증기 기관차라는 새로운 과학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이른바 “운하 수혜 도시”들의 경제적 이익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만 것이다.
만약, 시라큐스가 운하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을 때 운하를 없애지 말고, 그 이점을 살려 운하 관광도시로 피봇을 했다면 어땠을까? 뉴욕 시티로만 향하는 전 세계 여행객들의 사랑을 조금은 가져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MBTI N적인 생각을 해본다 (S입니다).
1분이내 영상으로 확인하기: https://youtube.com/shorts/GmX0yNOrCsw?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