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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May 16. 2023

직조

어쩐지 기도하는 입모양은 알 수가 있다

바쁜 눈, 사맛디 아니하는 입모양은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알 수가 있다


어쩐지 부르짖음은 잘 보인다 노약자석에 앉아 음악을 크게 틀고 격렬하게 리듬을 타는 당신에게 하는 말이다


촌구석에서 차로 출퇴근하던 나의 15분 노래방 혹은

눅눅한 이불 속 혹은 눅눅한 이불로부터 허름한 집 앞 마트로, 편두통과 함께 일어나 늦은 저녁을 사러 가던 밤 낮게 떠올라 부은 눈에 광명을 쏘아대던 보름달처럼


모든 기도와 부르짖음이 진창 속으로 휩쓸리고 나도 또 같이

바닥 없는 현실 속으로 가라앉던 그 뭐더라


시시때때로,


언젠가 들었던 내려놓으시란 말이 귓가에 맴돌고 그렇게 입과 코를 틀어막힌 채로 우리는 부르짖었다

도망치지 않는다고

삶이여, 우리를 부러뜨리러 오지는 마시고 아예 죽이러 오라시던

그 오기와

또 일상의 모든 웃음들이

하나 같이 다 거짓말이던, 혹은 거짓말이 되고 만 순간들


어쩐지 나는 알고 있다

하루에도 수 없이 패배하는 현실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승리들을

어제의 지하철에서 아이가 둘 있다며 노래를 부르던 그 이의 기도 소리와

오늘의 노약자석을 뒤흔드는 저 이의 부르짖음을

그리고 바쁜 눈의 또 다른 이, 소리 없이 기도문을 읊는 그의 입모양과, 그에 맞춰 낡은 지하철이 지르는 비명 소리, 또한 우리의 신들이 무수하게 구원을 찾는

 - ‘어디에 계시나이까’

다 그런 소리들


오늘치 세상의 씨실과 날실들은

건너편 좌석, 가방을 부둥켜 안은 아저씨의

커다란 두 눈에 핏발로 서 있었다

나는 그 헐거움이 익숙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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