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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May 04. 2023

소주 1.75병

30분 간격 전철 한 대,

잡아타려 달리고 보니 머리가 아팠다

알코올인지, 만성 수면 부족 탓인지,

모르고 달린 거리는 새벽 3시 뉴욕

텅 빈 거리, 신이 없는 신전,

누워 잠을 설치는 사람들, 그리고

밤을 새고 말까 고민하는 사람 -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 - 빨갛고 파란 불 만큼?

그래서 건넜다, 빨간 불에 텅 빈

횡단보도를 대각선으로도 가로질러도 좋을 것 같은 새벽 3시,

퇴근길, 소주 7/4병에

모국으로 돌아간 이들을 문득 떠올린다 오늘은

하필 n달 만에 가장 길게 웃은 날, 웃지 않고 돌아가는 길,

비자가 나오지 않아 돌아간 그들을 떠올린다 만약에

돌아갈 곳 없었더라면 그들도 어쩌면 만약에

예서 오늘은 나와 함께 잠을 설쳤을까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 - 배 부른

나는 죄책감을 풀어놓는다, 늘 그렇듯

텅 빈 거리에 봇짐이 버거운

사람처럼 모든 웃음이 죄스러운 남자는

편의점의 비밀을 오늘 봤다 - 새벽 3시 경에 채워지는 신전들이여,

우리는 대체 얼마나 다른가 - 새벽 3시,

편의점을 채우는 사람들 그리고

노변 트럭에 불을 넣는 노점상들 그리고

보도블럭 위에서 잠을 설치는 사람들, 그리고

죄 속을 하염 없이 걷던 남자의 글이


지하철, 한산한 새벽 3시 속, 몇 시간쯤 밀린 채

시작되는 목요일, 저녁 식사를 하는 아저씨

휘젓거리는 그의 투고 용기 속에서

된통 뒤섞인다


새벽 3시와 새벽 4시 사이엔

허드슨 강이 하나 있다 그 강을 건너는 십수 분,

캄캄한 뱃속에 소주 1.75병씩 출렁거리고

덜거적거리던 둘, 하나는 바닷속, 하나는 아마도 침대 속,

치졸한 소주 각 7/4병은 녹아 없어지고 있으되...

지하철에서 소수점과 가분수 사이를 지끈거리는

마침표, 마침표를 잃고 덜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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