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간목 Apr 29. 2023

Hay fever



머릿속 하얗게

다 꺼내고 나면 뉴욕은

조금 익숙하고 예쁜 도시 손 시리고

흐리고 쌀쌀한 센트럴파크 한복판


나무에 등 기댄다 물 흐르는 소리

들리진 않을까, 느리게 시간  가고

소리도 멀어지는 익숙함, 하얗게

지새고 난, 일몰 직전, 하얗고 흐리고

끝나지 않는 밤 그 한복판은 텅 비었는 게,

오대양 육대주 어디든 똑같지


꽃가루 하얗고 날리고 예쁘고 그래서 호주머니에선 휴지가 끝없이 나올 필요가 있는

도시 뉴욕,

지르텍 새하얀 한 알,

듣지 않아서

필요한 한 알,

더 먹어도 될까 - 한 토막 정도는


나는 오늘 퇴근을 잘라서 했다 어쩐지 생각 아닌 생각이, 또 해묵은 제정신이, 다 꺼내고 난 머릿속에서 줄줄 말간 콧물처럼 끝없이 풀려나왔다 토막이 난 퇴근길, 나는 처음으로 뉴욕이 익숙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투쟁은 헐어버린 인중으로 옮겨갔다 나는 나무에서 등을 떼었다 너도 그래서 뿌리를 내린 거야, 그렇지? 우리는 그 부드럽고 눅눅한 침대로 등 떠밀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러서지 않고 전진한다는 증명이, 두 손으로 콱 부여잡을 목줄이, 당장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구는 자리마다-


해 지고 없는 이제와 내저녁쯤 사이엔

꽃가루들이 남 모르게 쓸려갔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대로변에 내놓은 쓰레기봉지들이 투둑투둑 흐느끼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