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하얗게
다 꺼내고 나면 뉴욕은
조금 익숙하고 예쁜 도시 손 시리고
흐리고 쌀쌀한 센트럴파크 한복판
나무에 등 기댄다 물 흐르는 소리
들리진 않을까, 느리게 시간 가고
소리도 멀어지는 익숙함, 하얗게
지새고 난, 일몰 직전, 하얗고 흐리고
끝나지 않는 밤 그 한복판은 텅 비었는 게,
오대양 육대주 어디든 똑같지
꽃가루 하얗고 날리고 예쁘고 그래서 호주머니에선 휴지가 끝없이 나올 필요가 있는
도시 뉴욕,
지르텍 새하얀 한 알,
듣지 않아서
필요한 한 알,
더 먹어도 될까 - 한 토막 정도는
나는 오늘 퇴근을 잘라서 했다 어쩐지 생각 아닌 생각이, 또 해묵은 제정신이, 다 꺼내고 난 머릿속에서 줄줄 말간 콧물처럼 끝없이 풀려나왔다 토막이 난 퇴근길, 나는 처음으로 뉴욕이 익숙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투쟁은 헐어버린 인중으로 옮겨갔다 나는 나무에서 등을 떼었다 너도 그래서 뿌리를 내린 거야, 그렇지? 우리는 그 부드럽고 눅눅한 침대로 등 떠밀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러서지 않고 전진한다는 증명이, 두 손으로 콱 부여잡을 목줄이, 당장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구는 자리마다-
해 지고 없는 이제와 내저녁쯤 사이엔
꽃가루들이 남 모르게 쓸려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