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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Jul 18. 2023

꿈의 프로그래밍

깎아야 하는 코드는 토막이 난

사람의 말이다


밤 10시

퇴근길

지하철

앉는다, 다리

위에 팔

없는 가슴, 회사에 두고 온, 그리고, 머리,

자꾸만 떨어진다

고간으로


오늘은 열차가 집으로 가지 않는다

갈아타시라는 말에 나는 내려 걷겠노라 하고

그러면 내 다리, 내 허리,

그게 무슨 말이냐 되묻는다

- 이것은 사람의 말이다


팔, 말이 없다 웬종일, 타자를 친

손톱, 자랐다, 깎아야 하는

삶, 깎아야 하는 코드는 토막이 난,

사람의 말


팔과 다리, 좌석 위에서

덜컹거린다, 꼬리뼈

삐걱인다, 지하철

덜컹거린다, 허리

꽹꽹거린다, 말소리

덜컹, 모가지

파르르, 머릿속, 떨림, 웃음소리, 눈꺼풀,

죄 덜컹거린다, 토막들이다, 토막이 난

사람들의 말이다


올려본다, 차량의 등딱지, 아마도 내 몸통이 밖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좌우로 열차를 두들기고 있다

급정거, 몸통, 어데 가노, 헐빈한, 내장, 해저터널,

비어 있다 우리는

빈 곳으로 간다 밤 11시 넘어, 아무도 없는

이불 속으로


별이 빛날 게외다 오늘도

빨아야 하는 이불 속, 오늘도

선풍기 바람을 타고, 오늘도

깊은 밤을 날아, 오늘도

몸통이 텅 빈, 팔다리들을 오늘도

죽어라, 죽어라며 짓무른 명줄을

꿈결처럼 오늘도, 이 밤도,

내일 밤으로,

지겹도록 이어붙이고 있을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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