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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Sep 05. 2023

써지고, 쓰지 않은

찌는 하늘,

생선 살 처럼 구름이 부스러진 오후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한다


재능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슬픈 자신은 소재로 쓸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슬픔 없이 자신을 쓰는 법을 모른다 슬픔은 재능 없음을 간혹 재능 있음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그 사기의 현장에서 그들은 역으로 글을 잃는다 그리곤 번뜩임이 사라졌다며 슬퍼한다 때로 그들은 슬픔을 찾아 되돌아간다 그것이 예술가 기질이라며, 영감을 되찾겠다며 닳고 닳은 경로를 되풀이한다 정말로, 재능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기 자신에게 재능이 없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물며


아름답지 않다

나는 할 말이 없으면 쓰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쓴 글이 존재한다 따라서 글이 나를 쓴다

아름답지 않고, 오래 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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