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director>
<Music director>
워크 스페이스(Work space) : 작업을 하며 떠오른 영감. 생각.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는 공간.
지난 1편에서는 음악 연출자의 사명감들에 대해 기록을 시작했다. 두 번째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음악 연출자로서 가져가면 좋을 태도이다. 이 직업에 대한 애정의 여부도 파악될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거나 사랑해서 이 길로 오시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 소위 말해 영화인들 중에 이 직업을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드라마를 시청할 때에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도 좋았지만, 노래 곡들로 대중에게 알려진 OST(Original Soundtrack)보다 보통은 인지하기 쉽지 않은 BGM(Background Music), 즉 배경 음악을 더 좋아했었다. 필자의 작품 리뷰 중 독특한 부분들을 소개하자면 중간에 BGM에 대한 설명을 첨가하기도 한다. 영상 음악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정보를 주고 싶은 이유와 대중에게 배경음악에 대한 인식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도 있다. 이처럼, 영상 음악 자체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도 좋지만, 폭넓은 관점으로는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부분은 1편에서 언급했던 연출 의도 보석 찾기와 맞닿아 있다. 작품을 취미의 마음으로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재미없다.' 내지는 '왜 연출을 이렇게 지루하게 했지?'라는 생각들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업무의 마음으로 다가가면 연출 감독이 메시지에 입힌 연출 방식과, 말하고자 하는 언어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용된 촬영 기법과, 그림의 움직임, 대사의 호흡, 편집점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하며 연출의 마음속에 다시 한번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연출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매료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을 일처럼 보게 되면 작품을 애정 하는 마음보다 무거워지는 마음을 갖게 될 때가 있으니,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많이 언급해서 과한 듯 보이겠지만, 사실 이 직업의 전부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만큼 기획 의도가 묻어나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나침반을 가지고 거침없이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기획 의도에 대한 해석을 전달하거나, 의도에 맞춘 음악을 전달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이 직업을 그 희열로 하기도 한다. 기획 의도를 보고 음악의 방향성이나 나의 의견을 전달하면, '저의 의도를 정확히 짚으셨네요!'라는 말이 돌아올 때, 한 장면의 초안 파일을 넘기면, '음악이 너무 좋습니다. 영상이 음악 감독님의 음악으로 색깔을 확실히 찾은 것 같아요!'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순간이면 희열을 넘어서서 짜릿함이 찾아온다. 단순히 음악 좋다는 말보다, 의도에 맞췄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다.
처음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되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레퍼런스 분석 및 벤치마킹의 비중이 가장 크다.
아티스트 시절 레퍼런스가 없이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던 필자로서는, 조금은 힘든 공부였다. 표절이 아닌, 자칫 한 발자국 더 가면 표절이 되는 그 사이 어디쯤의 애매한 순간을 이용해서 음악을 제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작업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음악 분석은 물론, 빅데이터를 만들어 나만의 레퍼런스 수집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거의 필수 조건인데,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작업 속도가 굉장히 느려질 수 있다. 레퍼런스 작곡의 방법은 약간 독특하다.
멜로디를 제외한 곡의 구성, 악기 구성, 코드 구성, 편곡 구성들을 참고해서 제작하는 것이 첫 번째.
하다가 보면, 이렇게까지 똑같아도 되나 싶겠지만, 레퍼런스 작곡이 가능한 이유는 아무리 참작한다고 해도, 작정하고 칼 카피(복면 가왕, 너목보 등 음악을 연주하는 하우스 밴드의 업무)를 하지 않는 이상 같을 수 없는 곡이 나온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레퍼런스 음악의 뉘앙스를 가져와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제대로 된 작업이 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즉 효율적인 접근은 한 음악이 가진 감정과 테마, 그리고 어울리는 장면을 연상시켜보는 상상이다. 이 작업을 어느 음악에나 적용하여, 현재 우리가 보는 작품들의 음악들이 무수히 탄생하는 것이다. 코믹, 멜로, 로코, 새드, 이별, 분노, 긴장 등 모든 것이 전부 가능하다.
이 작업 또한 음악 분석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작품에는 장르와 형식이 존재한다. 필자는 형식보다는 장르에 치중하는 편이다. 장르를 분석할 때 더 많은 레퍼런스와 상상력들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는 좋아하는 작품의 장르를 찾아 분석해보는 것이 재밌을 수 있다. 필자는 로코를 가장 좋아한다. 로코 중에서도 당당하고 유쾌한 성격의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현실에 부딪혀 아파하지 않고 뚝심 있게 일어나는 캐릭터들을 볼 때 희열이 온다. 예시로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분석한다. 작품을 업무적으로 분석할 때에는 일반 시청과는 달라야 한다.
장면의 전체 사운드 확인 하기 (음악, 대사, 배경 소리, 효과음)
장면의 영상 기술 확인 하기 (앵글, 그림의 움직임, 편집점)
장면의 음악이 들어오고 빠지는 지점 (캐릭터 감정, 사건의 전개, 상황의 테마)
이 중에서 3번째 항목을 정리해본다.
#1화 패 싸움터.
IN - 패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에, 액션이 대사가 없이 나올 때.
MX(음악) - 여고생. 패싸움. 서부 음악 장르. 일렉기타. 야인시대 느낌.
OUT - 경찰들이 들어오면서.
이와 같이 분석을 하다 보면, 내가 참여할 작품 장르와 음악의 톤 앤 매너를 갖추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머리가 아프지만,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공식이 따른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기에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필자가 정리한 공식은 이렇다. 음악이 들어오는 상황을 공식으로 넣어보자면, 무엇이/누군가, 무엇을, 어떻게 할 때. 음악들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상업 작품 속의 공식들을 추려내다 보면 좀 더 분석에 용이해질 수 있고, 활용할 방법들이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작품들과 음악들이 공존한다. 정답이 없는 만큼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어려운 것도 없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작품이나 음악의 표현 방식에 대해 편견이 존재하면 그 방대한 작품들에 녹아들어 가기가 더 힘들어진다. 해오던 고정적인 생각들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더욱 다양한 방식들로 채워나가야 할 다짐이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코드 진행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계되는 습관이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악기들 등 틀에 박힌 관념이 되는 모든 것은 배제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며, 작품 의도에 맞춰나가는 음악을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