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고전수업>
149-화요일-태도
북과 북채처럼, 말과 마차처럼 어우러져 일한다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면 둘 다 제대로 그릴 수 없다."
- 한비자 -
하루가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는 요즘 나에게만 해당한 구절은 아니겠지만 늘 책은 옳듯이 또 한 번 나를 구제해 줬다. 통제할 수 없음을 알고 살아감에도 타고난 지배 욕구와 정신으로 나의 하루는 바운더리를 잡고 살아가려고 해 왔다. 이에 큰 실패가 따르지 않았었기에 나의 기준에선 이게 맞다고 생각해 왔다. 회사란 세상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모든 회사가 완전한 개인플레이도 없고, 온전한 통일성이 없다는 사실은 안다. 사람이 섞여 일을 할 때는 목적과 뜻은 같을지라도 과정에서는 개인의 스타일이 드러나야 한다. 이렇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인간은 100% 섞일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회사는 일이 힘든 사람과 사람이 힘든 사람으로 나뉜다. 나는 일중심 성향의 사람이라 일에 지장만 주지 않는다면 사람에게 휘둘리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위의 구절을 돌이켜보면, 팀원 모두가 동그라미를 그려야 할 때 네모를 그리는 사람이 있고 동그라미를 그리는 척하면서 네모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기에 온전한 통일성이 따르지 않는다면 리더의 역량은 남달라 져야 한다. 100% 직원 개개인에게 맞춰갈 필요는 없으나, 동그라미를 강요하는 편보다는 왜 이 시점에서 동그라미만을 그려야 하는지 인지를 시켜주는 게 낫다.
나에게 이 글이 박혔던 이유는 2가지다. 현시점 나의 업무 능력, 회사의 팀원과 리더의 구조를 회고하게 됐다. 입사 초기 한 달 동안은 회사가 가르쳐준 방법대로만 일을 하자 다짐을 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게 따라와 줬다. 그 한 달은 팀 내 실적 1등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괴물 신입 급은 아니더라도 좋은 평을 받았고 회사의 방식을 고수한 것이 문제가 없었던 탓일까 이후 나만의 방식을 구축할 타이밍을 놓쳤었다. 이 사태는 나에게 무능력함을 가져다줬다.
군주의 근심은 어떤 일을 도모할 때 호응하는 신하가 없는 것이고, 신하의 근심은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굴러가는 나라에서 군주는 북채이고, 신하는 북과 같으며 신하가 수레라면 군주는 그것을 끄는 말과 같다고 한다.
리더십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단 없이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동그라미를 그릴 때는 모두 동그라미를 그리고 네모를 그릴 때는 모두 네모를 그려야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일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내고 목표를 이룰 수 있다.
- 하루 한 장 고전 수업 173p -
개인적인 의견으로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지 못하는 리더는 참패한 것이라 생각한다. 동그라미를 그려가는 과정 중 방식과 방법은 다양하다. 이를 존중받지 못하는 팀원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정반대로 나는 과정마저 답습하다 문제가 생겼고 뒤늦게 아차 싶었다. 나의 지식으로 만들지 못하고 지식을 쌓고만 있어 갈 즈음, 업무량은 급격히 늘어났고 나의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순간 정신은 나간채 반복되는 하루까지 쌓여갔다.
이제 와서야 무언가 잘못됨을 인지했고 주말 동안 나만의 방식을 찾아 나섰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파악되었고 내가 놓치고 있던 함정들을 깨우치게 되었다. 입사 초기니까 무리해서 빠르게 일을 습득한 뒤 남은 시간을 편히 보내자는 게 계획이었으나 나는 습득이 아닌 답습만 하고 있었다.
*습득: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배워서 자기 것으로 함.
*답습: 예로부터 해 오던 방식이나 수법을 좇아 그대로 행함.
회사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수히 많다. 생각보다 느렸던 나의 업무 속도를 체감하게 되었고, 나의 위에 따라야 할 리더가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꼈고, 무엇보다 일머리가 부족했던 나를 직시했다. 이 글을 누가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던 신입 분이 보신다면 공감이 되는 글이기를. 그리고 겁내지 말고 최대한 실패도 만들어보며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회사라는 공간에서도 자신이 주체임을 잊지 않고 자연스레 나만의 목적도 쫓으며 회사의 뜻에도 녹아드는 여유로움을 갖기를. 나도,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