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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일 Nov 12. 2023

광교산

광교산 산행기

10시가 다 서 13번 버스 광교산 종점에 도착한다. 몰고 온 차를 주차하고 여기까지 오는한 시간이나 까먹었. 


광교산에 오려면  막히는 수원시내를 관통해야 하고, 주차 불편함도 감수해야 다. 지리적으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그 가깝지 않은 이유다. 


수원사람들에게 서울의 북한산 정도 되는 상징적인 산이지만,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수원, 용인, 의왕시에 걸쳐 있고,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올라 수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대부분이고 멀리서 찾아는 등산객은 그리 많지 않다.


광교산 주변에 도시가 발달했고, 대기업포진한 탓에 단체산행이 많았다. 요즘엔 MZ세대 눈높이에 맞주로 평일에 소통활동이 이뤄지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 야유회나 등산 행사 많다.


산행 후 삼겹살을 안주삼아 막걸리 잔을 부딪히며 이팅을 외치는 게 기본 프로그램이었.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등산로엔 흙먼지가 날렸고, 식당마다 건배를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수원모양의 돌탑이 보인다. 수원의 상징물을 본떠 만든 조각품이 왜 여기에 버려진 듯 앉아 있까?


원래 이 표지석은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부터 삼십 년 전 당시 수원시장이 시루봉 정상에 이 표지석을 세웠다.

표석 뒷면에 '수원의 북쪽에서 찬 바람을 막아주며 수원시가지를 품고 있다.'라고 시작하는 광교산 유래에 대해 적었고, 세워진 날짜와 수원시장이라는 글자까지 새겨, 누가 보더라도 시루봉은 수원 땅으로 생각했다. 런데 그 후 용인에서 '용인땅에 수원시장 명의로 표석을 세웠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2007년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어느 솜씨 좋은 석공에 의해 만들어졌을 광교산 표석이 설 자리 잃고, 엉뚱한 곳에 로 있는 모습이 날씨만큼 쓸쓸해 보인다.


등산 안내소를 지나고 개울 건너 사방댐 앞에 이른다. 기온이 떨어지고 낙엽 지니, 댐에 고인 물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갑게 와닿는다. 


이젠 완연한 겨울이다.


계절 변화를 모르고 아직까지 잎사귀를 달고 있는 나무들 추워 보인다.

차라리 나뭇잎을 모두 떨구고 동면에 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나뭇잎들도 주저 말고 바닥으로 내려앉아 서로 몸을 맞대이불처럼 더 포근해질 텐데....  

세월 가는 걸 아쉬워하는 나뭇가지가 놓아주 않아서일까.


시인의 마음으로 서정적인 감정을 가져보지만, 오가는 사람 몇 안 되산길이 여전히 황량하다.

사방댐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등산로 따라 가파른 언덕길로 접어든다. 산길은 예전에 왔을 때와 별반 다름없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 시절 어느 초겨울에 산을 오르던 느낌 그대로이다. 변한 것이라면 젊은 청년이 중년 아저씨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싸늘한 산길에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딱딱딱 따르르르륵....

딱딱딱 따르르르륵....


한참을 걸어 절터 약수터까지 올라왔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쉬어가는 곳이지만 그냥 지나친다. 가파른 지나 가볍게 억새밭 능선에 올라선다.

억새밭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억새 보이지 않는다. 왼쪽으로 가면 의왕 백운산이고, 오른쪽은 광교산 시루봉에 이른다. 오가는 산객들도 뜸하고 등산로가 여전히 조용하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시루봉으로 향한다. 능선에 부는 바람이 차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나도 모르게 패딩 자크를 목까지 올다.  

용인과 수원 경계를 가르는 능선길을 한달음에 건너 시루봉에 이른다. 널찍하게 잘 만들어진 정상 데크 위에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 달리 온기가 넘치고 시끌벅적하다. 수지 방향에서 올라온 사람, 경기대에서 출발한 산객들, 모두가 모이는 자리여서 그런 듯싶다.

광교산 시루봉
시루봉 조망

전망대 북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터졌다. 왼쪽에 관악산이 고 정면으로 청계산이 보인다. 그 뒤로 북한산까지 형체가 그려진다.

여기서 보니 과천, 서울이 참 가깝다. 막히는 으로 지나다니다 보니 멀게 느껴졌을 뿐, 바로 이웃한 동네가 아닌가. 요즘 정치권 핫이슈가 된 "메가 서울"이라는 말이 스치듯 생각난다.


정상석 앞에서 100 플러스 명산 발도장까지 마무리하고, 다시 경기대 방향으로 출발한다. 목적지까지 6km나 된다. "내리막길이니 힘들지는 않을 거야"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걷는다.


올라오던 길과 달리 마주 오는 사람이 많다. 등산객들 대부분이 이 루트를 통해 올라온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왔던 길은 별로 인기 없는 듯싶다. 예전엔 그 길이 가장 붐비던 길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산행 코스도 변한 모양이다.


토끼재 건너고 비로봉은 옆으로 지나친다. 또 한 번 내리막 오르막을 반복하고 형제봉에 이른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바위 앞으로 나가니 수원시내가 훤히 보인다. 시원한 조망 때문에 산객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었다.

경기대와 시루봉 중간 정도 되는 곳이니, 한 번 쉬어갈 때도 됐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조망을 살피기에 딱 좋은 곳이다.

바위 위에 토실토실 살찐 고양이가 산객이 주는 과자부스러기를 받아먹고 있고, 하늘아래 펼쳐지는 도심 경치일품이다.


자연의 경치보기 좋지만, 산 위에서 내려보는 인공적인 도심 경도 멋지다는 것 새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수원 짧은 시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뤘고, 인구도 몇 배나 증가했다. 형제봉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도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찍이 정조가 꿈꿨던 수원 천도는 뤄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짊어진 세계적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 잡은 덕에 도시가 이토록 번창했고 교산 또한 명산 반열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이 기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와 높은 빌딩들 덕분 아닐까 싶다.


수원의 성장과 더불어 광교산 나날이 번창하기를 응원하며 반딧불이화장실을 향해 또 걷는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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