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제니 Oct 02. 2021

캐나다 워홀 필수 코스

은행 계좌 열기, BC ID카드 만들기, 신넘버 만들기



본격적인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초창기에 해야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은행 계좌 열기


밴쿠버에는 TD, CIBC 등 다양한 은행이 있는데 당시 은행에서 특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CIBC 은행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은행을 선택해야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훨씬 더 도움을 받기 수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을 계약 후 다시 다운타운으로 돌아온 나는 나에게 잡 오퍼의 기회를 주었던 언니를 만나 함께 버라드 역 근처에 있는 CIBC 은행으로 향했다. 처음 은행에 들어섰을 때는 은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외국인이어서 바짝 긴장했다. 'I want to open a bank account.' 달달 외운 문장이 머릿속에 둥둥 떠 다녔다.


하지만 문장 하나를 달달 외운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외국인 은행원과 어렵게 소통을 하고 있을 때 즈음 한국계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이후 그가 나의 계좌 개설을 도와주었다. 한국어로 소통하니 버벅 거릴 일 하나 없이 수월하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BC ID카드 만들기


BC ID카드는 일종의 신분증으로 외국인이 여권을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이다. 언니는 혹시나 여권 분실 위험을 염려하여 나에게 BC ID카드를 만들길 추천했다. 확실히 영어를 잘하는 언니가 있을 때 이런저런 업무를 보는 게 편할 것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은행을 나와 근처에 있는 ICBC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기다리는 줄이 없어 금방 일을 볼 수 있었다. ICBC 직원은 이것저것 물었고 내가 한국어로 답을 하면 언니가 중간에서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ICBC 직원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불쾌함을 느껴야만 했다. 처음부터 은근히 우리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냥 기분 탓이려니 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집주소를 묻기에 집주소를 말해주었더니 픽 웃으며 '그런 곳이 있니? 나는 들어본 적도 없어.' 하거나 말을 계속 끊는 등 누가 봐도 무시하는 행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괜히 언니까지 무시를 당하나? 그녀의 그런 태도 때문에 나는 언니에게 굉장히 미안해졌다. 결론적으로 ID카드는 잘 만들었지만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은 다 나이스 하다더니 금발머리의 백인이었던 그녀는 캐나다인이 아니었나 보다.



신넘버 만들기


신넘버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으로 Social Insurance Number (사회보험 번호)의 줄임말이다. 본격적인 캐나다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나 또한 자가격리가 끝나면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할 것들 중 하나였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신넘버 온라인 발급이 가능했지만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날짜가 정확하지 않아 곧 이사를 앞둔 나는 직접 서비스 캐나다에 가기로 했다.


언니를 만나 은행 계좌를 만들고 BC ID카드를 만들었던 날 서비스 캐나다에도 들렸었지만 그날따라 대기줄이 너무 길었고 혹여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마감시간이 되면 그냥 문을 닫는다고 하기에 일을 보지 않고 그냥 돌아왔었다.


이후 혼자서 다시 서비스 캐나다에 방문했다. 영어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앞으로 1년 동안 살아야 할 텐데 언제까지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부서지고 깨지더라도 다시 더 단단해지리라!


서비스 캐나다에 도착한 후 줄을 서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방황을 하고 있으니 입구에 서 있던 보안 요원인지 경찰인지 모를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왜 왔어?" 나는 신넘버를 만들기 위해 왔다고 답했고 그러자 그는 "내가 세 가지 질문을 할게, 너는 대답만 해주면 돼, 오케이?" 했다. 첫 번째 질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두 번째 질문이었다. 영어가 길어지면 결국은 문장 전체를 다 듣지 못하고 핵심적인 단어만 콕콕 집어 그 말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지금 기억나는 건 그때의 나는 '2 weeks' 라는 말에 꽂혔었고 그 말을 2주간 자가격리를 하였느냐는 질문인 줄 알고 "Yes." 라고 답을 하면서부터 일이 이상하게 꼬여가기 시작했다.


내 바로 앞에 서서 질문을 하던 남자는 "Yes?" 하며 인상을 찌푸리곤 나에게서 두 발자국 정도 물러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줄을 서 있던 사람들도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다급하게 "No, No." 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한번 천천히 물을 테니 잘 듣고 답을 하라고 했다. "Have you been 블라블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나 천천히 말해줬는데 왜 못 알아들었을까 싶지만 당시의 나는 몹시 당황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휴대폰에 번역기 어플을 킨 후 "나는 자가격리를 2주 했어요!" 라는 말을 번역해서 그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그때 대기줄에 서 있던 한 동양인 여성이 나를 향해 중국어로 무어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중국인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연히 나는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고 고맙지만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는 뜻으로 "I'm not chinese." 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발끈하며, "I'm not chinese, too!" 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다시 돌아와 번역기에 온갖 말이란 말은 다 써서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는 남자에게 보여주었고 그는 "Okay." 한 후 다시 한번 천천히 내게 물었다. 똑같이 Have you been으로 시작했고 마침내 들린 그 단어, 'America' 문장의 끝은 여전히 2 weeks로 끝났다. 그 말을 대충 해석하자면 "최근 2주간 미국에 간 적이 있습니까?" 였다. 유레카!


"No, No! I've never been to America!"


맞는 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내뱉었던 것 같다. 마침내 원하는 답을 들은 듯한 그는 아직까지 살짝 미심쩍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서서 기다리라고 했다. 하, 험난했던 입국 이후 또 수명이 줄어든 것 같았다.


막상 안에 들어가 신넘버를 만드는 일은 훨씬 수월했다. 직원이 영어가 미숙해 보이는 나를 위해 친절하게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었고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영어로 소통하며 마침내 신넘버를 받을 수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