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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가독성
May 17. 2023
버섯, 네가 그리웠나 봐.
미니 새송이와의 이별이 아쉬웠나 보다.
벌써 잊었다. 대용량의 추억을.
미니 새송이 2kg을
또 사고야 말았
다. 이번엔 정확히 용량을 보고 주문을 했다. 양송이는 비싸고
느타리버섯은 선뜻 손이
가질 않는
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한번 만났던 인연의 끈을 다시 잡아본다. 이번에도 다 먹어주겠다
다짐하며
결제 버튼을 눌렀다.
파란 봉지 가득 미니 새송이가 들어있다.
다시 파란 봉지
를 보자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왜 그랬을까. 파란색에 드는 거부감인가. 요리에 대한 거부일까.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냉장고에 고이 모셨다.
뭔가
바쁜 나날의 연속이
다. 온 가족이 감기가 걸려 골골거렸다. 요리는 고사하고 밥 숟가락 들기도 귀찮아졌다. 기침이 사그라들 때쯤 정신을 차렸다.
아. 맞다.
미니 새송이.
냉장고 속에서 이름을 불러주길 간절히 바라던 그 눈빛을 받아들인다.
뭘
해 먹어야 할까. 고전적인 볶음, 불고기에 넣어먹기는 이젠
질렸다.
지난번 글에 댓글로 알려주신 장조림과 솥밥이 생각났다.
솥밥이라... 6학년 실과 시간 콩나물밥 이후로 해본 적이 없다. 냄비만 태울 것 같다. 냄비가 마땅치 않
다. 솥밥용 닭머리 달린 그 냄비를 사야 하나. 솥밥 하겠다고 밥솥
사는 동안
버섯은 이미 상해서 죽이 됐겠지.
전기밥솥으로 해볼까. 예전에 콩나물밥을 전기밥솥에 했다가
냄새가 배어서 한동안 계속 콩나물 냄새 밥을 먹어야 했다.
이래저래 솥밥은 포기다.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미니
새송이 버섯
조림을
해보자. 버섯만 넣으면 안 먹을 수도 있으니 메추리알도 넣어볼 참이다.
메추리 알을 삶아서 까서 조릴 정성과 여유 따위는 없다. 다른 볼일을 보러 갔다가
옆구리에 끼고 가져온
깐 메추리알 1kg을 냄비에 쏟았다. 버섯도
메추리알만큼 넣었다. 1:1 황금 비율이랄까.
대망의 양념 차례.
어김없이 인터넷 레시피를 둘러본다. 으레 검색 창 맨 위에 있는 걸 본다. 물, 간장, 통마늘, 물엿, 설탕. 간장 콸콸 쏟아붓는다. 통마늘 대신 간 마늘을 넣었다. 물엿 대신 조청을 넣었다.
양념을
넣다 보니 냄비가 넘치려 한다. 급하게 더 큰 냄비로 바꿔치기했다.
뭔가 이상하다. 불안하다. 분명 조림을 하려고 했는데 냄비 가득 국이 된 것 같다.
이것은 국인가 조림인가
끓여도 끓여도 국이 조림이
될 것 같지 않다. 국물을 퍼내야 하는 건가. 계속 끓여본다. 버섯 장조림인데 곰탕을 끓이는 기분이다. 버섯 육수가 뼛속부터 우러나오고 있다.
30분쯤 지났을까
.
이젠 먹을만하겠지.
어머나 세상에. 푹 조렸더니 조림이 됐다. 간장 국물 쏙 베어 들어간
달콤 짭조름한 반찬이 완성됐다. 요리에 할애한 정성과 시간이 헛되지 않은 날이다.
맛에 대한
자신감을 장착하고 반찬을 선보였다.
첫째가 맛있다며 얘기한다.
"이거 엄마가 한 거 아니지? 외할머니가 해주셨지?"
엄마가 한건 맛이 있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고마운 버섯 장조림. 요리에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이젠 버섯과의 만남에 마음 졸이던 과거의 나는 없다.
내일은
남은 버섯과 어떤 만남을
가져야 할까.
이젠
만남이 설레려 한다.
닭머리 주물
밥솥을 사야 할까
고민이다.
대문 사진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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