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논리

by Hee언니

머리로는 기후위기에 해결책으로 꼽히는 채식이 떠오르지만, 고기 이야기를 신나게 써 내려갔다. 도대체 왜. 막상 글쓰기를 하려니 생각나는 취향이 먹는 이야기 밖에 없었으니깐.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하찮은 취향이지만, 그래도 소중하다.

평소 좋고 싫음이 명확할 때도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이야기하는 줏대 없이 우유부단한 성격도 가지고 있다. 취향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취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어릴 적 아빠가 사다 주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부모님이 주머니를 탈탈 털어 사주셨던 소갈비, 낯선 해외에서 혼자 고기를 먹던 용기. 먹을거리에 대한 추억에는 시절이 담겨있다. 그 시절을 되내이고 싶었다. 그저 한 사람의 먹을거리에 대한 추억 여행 정도랄까.


고민이 많았다. 시대에 역행하는 구닥다리 글이 될 수도 있겠구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욕만 먹을 수도 있겠구나. 취향에서 만큼은 논리적일 수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주관적인 취향으로 고기 한 점을 끼워 맞춰봤다.


고기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고 있으니 좀 미친 것 같았다. 취미도 아닌, 덕질도 아닌, 전문가적인 지식도 아닌 단순한 취향에 주눅이 들었다. 취향이랄 게 없는 사람 같아서 갑자기 나에게 미안했다. 그저 먹을 궁리만 하는 것 같아서 궁상맞아 보였다. 어쩌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켜켜이 채워진 추억의 배를 내밀고 세상을 뚫고 나갈 힘을 얻고 싶을 뿐이다.


올여름은 특히나 힘들었고, 아직도 힘이 든다. 세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감기, 장염, 감기, 장염, 감기, 감기, 감기를 주고받고 있다. 휴가를 못 갔으며, 갈만하니 신랑은 코로나에 걸렸다. 신랑이 괜찮을만하니, 친정 아빠가 편찮으시다.


아빠는 왼쪽 눈에 염증이 생겼는데 한 달이 되도록 차도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서울로 모셨고, 큰 대학병원에 간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감기를 주고받는 아이들처럼 자꾸 의사들이 서로 자기 파트가 아니라며 돌아가며 진료를 하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한쪽 눈이 아예 안 보이는 아빠는 얼마나 힘드실까. 우리 집으로 모셨지만,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하루는 소고기를 구워드렸고, 하루는 돼지갈비를 사드렸다. 고기라도 드시고 힘내시라는 말 없는 응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내일이면 또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갈 예정이다. 글쓰기라는 보람된 여정을 마무리했으니, 왠지 병원에서도 좋은 결과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내일은 아빠한테 고기를 사달라고 해봐야겠다. 기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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