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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프의지니 Mar 06. 2024

실패한 사랑? 그래도 사랑!

사랑,남들 다 잘하고 나만 못하는 것 같은.

나는 어릴 때부터 글을 좋아했고 소설을 좋아하였으며드라마도 좋아했다. 생각해보면 모두 일련의 스토리가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남여가 나오는 스토리의 대부분은 달달한 사랑이야기였고 주인공은 항상 우여곡절을 겪고 사랑에 성공하였다. 사랑의 성공을 증명하는 것은 역시 결혼이라는 결말이 또 대다수였고.

그래서였을까. 어린 시절 나는 막연하게 성인이 되면 나도 그런 사랑만 할 줄 알았다. 온전한 내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고 추억을 쌓고 결혼까지 골인하는, 그런 드라마와 같은 러브스토리. 그래,나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나는 그것이 정말 소설 속에 나오는 환상임을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어떤 남자와의 만남은 불같이 뜨거웠다. 그 사람과 있으면 늘 이성보다 감정이 늘 앞서게 되었고 그만큼 중독적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 모든 신체가 녹아내리고 심장만 뜨겁게 타올라 끝끝내는 나마저 사라지고 심장만 남아있을 것 같은 감당 못할 마음이었다. 나보다 상대를 더 사랑했기에 나는 항상 비참했고, 작아졌다. 종국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그 사람과의 연애를 끝냈다.

그래서, 그것이 실패한 사랑이었을까?


이후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에는 잔잔한 바다같은 남자를 만났다. 일 분 일 초 설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게 안정감과 평화를 주는 남자를 말이다. 이전에는 만나본 적 없던 그런 사람이 나와 더 잘 맞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 사랑은 이성간의 만남보다는 친오빠 또는 아빠와 같은 만남에 더 가깝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잔잔한 바다에도 가끔은 파도가 오길 바랐나보다.


그렇게 또다시 연애가 끝났다. 나는 결국 실패하였던 걸까?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에 집중한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고, 실패가 있으면 성공도 있는 것이 아닌 세상에 단 두가지만이 전부인 것처럼 매의 눈으로 둘 중 하나로만 결론을 지으려한다. 그래서 사랑을 성공과 실패, 이 두가지로만 나눈다면 과연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결혼까지 골인한 사랑, 혹은 현재 지속중인 만남만이 성공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 했던 인상적인 말이 떠오른다.

"연애는 상대방이 아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그 두 번의 연애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주변사람들로부터 들은 나에 대한 평가,친구들의 칭찬,학교 성적 이런 것들만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내가 다니는 학교,직장,이런 것들도 '온전한 나'는 될 수 없다. 그런것들은 내가 지닌 것들 중 하나일 뿐, '나' 그 자체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고 여러가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실은 정말로 나는 나를 정확히알고 있을까? 누군가 내게 나 자신을 정확하게 설명해보라고 하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성인이 되고나서도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스스로와 별로 친하지 못했다.

내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것을 선호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의내렸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공부와 취업 등 다른 카테고리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시간을 할애했으리라.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연애와 사랑을 통해 나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남자를 통해 나의 불안정한 마음과 심리를 알게 되었고 내 안의 결핍과 갈증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마인드컨트롤하는 방법과 성숙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그래서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두 번째 남자를 통해서는 나의 스타일과 선호도를 알게 되었다. 나는 유머코드가 맞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과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연애를 하면서 사소한 습관이나 성격은 고칠 수 있어도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관 자체를 바꾸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와 친해졌다.

이별한 사랑,마침표를 찍은 사랑은 반드시 내게 깨달음을 안겨준다. 혹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인생. 앞으로 몇 십년을 더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 삶에서 '나를 아는 것' 그것보다 가치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성장했고 실패하지 않았다.

이로써 실패한 사랑이 아닌 그래도 사랑이었다고,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때로는 이루어지는 사랑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 더나은 쪽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한, 당시 내가 너무 미숙했음에 미안하고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그들에게도 말하고싶다.

그러니 당신도 이별하였다고,내가 너무 바보같고 한심했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역시 앞으로 더 나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당신과 만났던 상대방 역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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