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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파르 Nov 30. 2023

인간은 평등한가

내 탓이냐 남 탓이냐


인간은 당연히 평등하다. 관념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이 관념적 평등이 실제 인간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으면 참 고달파지는 것 같다. 인간은 평등하지만 삶은 전혀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평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평등하지 않은 조건을 갖고 태어난다. 성장하고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평등할 수는 없더라. 운 좋게 덜 해도 더 갖는 사람이 있고 운 나쁘게 더 해도 덜 갖는 사람이 있다.


평등한 인간의 삶 속 이러한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당연하게 여겨보면 조금이나마 그러려니 하다 보면,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효과가 쪼끔 따라오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삶에서도 어떤 때는 덜 해도 더 가지다가 시간이 지나 더 해도 덜 갖는 시기가 오기도 하고 또다시 그 반대가 되기도 하니, 기나긴 세월을 두고 보았을 때 딱히 인간의 삶이 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또 마음이 편하다.




이와 비슷하게, 요즘은 어떤 일이 내 뜻 같지 않을 때 남 탓보다 내 탓을 하는 것이 마음을 편히 가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내 탓해서 자존감 낮추지 말고 밑도 끝도 없더라도 남 탓으로 돌리고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긴 하던데.




세상을 살다 보면 내 뜻 같지 않는 일은 매일 일어난다. 일을 하고 운전을 하고 밖에서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내 뜻 같지 않은 일들 투성이다. 결코 피할 수 없다. 저 사람이 게을러서, 저 사람이 책임감이 없어서, 저 사람이 성격이 이상해서, 저 사람이 욕심이 과해서, 지구가 이상해서(?)라고 여기고 일시적으로 그 감정을 치워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남 탓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마음이 좁아서, 내가 이해심이 충분하지 않아서, 내가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해서, 결국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스스로 마음을 넓히거나 무뎌지기 위한 노력을 아주 조금씩은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아주 아주 점진적으로 서서히 내 뜻 같지 않았던 일들도 웃어넘기게 되는 때를 마주하게 되고 자아성찰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쉽게 바스러지지 않는 탱탱한 자존감을 얻게 되지 않을까.


인간은 평등하다고 배우고는 실제로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그러려니 하는 것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내 탓하며 자아성찰을 하는 것도 말이 쉽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정말.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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