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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파르 Nov 27. 2023

악법도 법인가

법치와 정의


홍길동은 상습절도범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연재 중인 디즈니 플러스 신작 ‘비질란테’의 주된 내용도 주인공 김지용이 법을 대신(?)해서 범죄자에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김지용은 연쇄살인범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소크라테스가 한 것으로 유명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불합리한 법이어도 그 법 체계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뜻인데, 악법도 법일까?




그런데 누가 악법이라고 정한 것인가? 주권자인 국민의 약속을 통해 법을 폐지하는 절차를 규율로 마련해 두었는데, 그 절차에 따라 사라지지 않은 아직 살아있는 법을 어떤 근거로 악법이라고 하는 것인가? 일부만의 평가에 의한 것은 아닌가?


어떠한 결론도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없듯 모든 규율이 모두에게 선한 법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말 악법이 맞는지 일부에 의해 악법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분명 국민들의 의사가 합치되어 법이라는 형태로 제정되었을 텐데 그것이 시대의 변화 등 요소에 따라 악법이 된 것이 명백하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라지거나 바뀔 수 있다.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도 사라졌고,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대상 연령 상한도 16세로 상향되었고, 일부 성범죄에 관해서는 공소시효도 폐지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없어지거나 바뀌어야 그 법이 악법이었다는 것이 명백한 것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악’‘법’이라는 말 자체도 모순인 것 같다. 없어지는 순간 그 법이 악법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인데 이미 없어졌다면 더 이상 ‘법’이 아니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어찌 됐건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그 사람들 사이의 약속과 그 약속을 통해 제정된 규율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니, 그 약속을 없는 것(?)으로 하려면 일방이 그 약속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되고 만든 사람끼리 약속을 없애기로 하는 새로운 약속이 필요하다. 그래서 약속을 없애기로 하는 새로운 약속을 하기 전까지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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