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읽고 싶은 책 | 도서관은 살아 있다 (도서관여행자)
‘도서관의 날’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은 이전부터 있었겠거니 생각했을 수도 있다. 별별 날이 다 존재하는 마당에 도서관의 날도 있을 법하니까. 그런데 의외로 도서관의 날은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2022년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2023년부터 4월 12일을 도서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니 올해 도서관의 날은 두 살을 맞는 셈이다. 하지만 ‘뭔가 이맘때쯤 도서관에서 이전부터 행사를 개최했던 것 같은데?’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예리한 사람이다. 1964년부터 도서관협회에서 매년 4월마다 ‘도서관 주간’ 행사를 해왔다. 미국에서도 4월 둘째 주를 도서관 주간으로 기념하고 있다. 도서관 주간을 맞아 각종 도서관에서 대출 정지 사면(?)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을 테니 집 근처 도서관에서 어떤 행사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 소개할 책도 바로 그 도서관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사서로 근무한 자신의 경험을 비롯해 ‘살아 있는 도서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여기서 ‘살아 있는 도서관’이란 도서관이라는 건물, 도서관에 있는 장서보다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모든 존재를 뜻할 것이다. 아무리 멋있는 건물에 수많은 장서가 있다 해도 그것을 관리하는 사서가 없고 이용하는 이용자가 없다면 그 도서관은 더는 변화하지 않는다. 살아 있지 않은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미국의 도서관 이야기는 신기하기만 하다. 특히 마치 이전에 본 영화 “마틸다”에서처럼 사서가 어린이 이용자에게 적극적으로 다음 책을 권하는, 실질적인 독서 지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하면서 동시에 부럽기도 했다. 이전에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할 때 나는 대부분 시간을 ‘있어 보이는’ 말로 쓰려 노력한 사업계획서나 예산서를 붙잡고 있었다. 그 일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라, 이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보다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급급했고, 잦은 인사이동에 꾸준히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인력이 부족해 계약직으로 데스크를 ‘돌려막기’ 하며 이용자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게 한국 어딘가의 공공도서관 현실이다. 미국이라고 현실적인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이용자와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이 내가 바라볼 때는 그저 멋있어 보였다.
저자도 여러 번 강조하지만, 도서관의 커뮤니티로서 역할은 많은 정보원이 온라인으로 변화한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중요해졌다. 이전만큼 종이책을 읽지 않는다 해도 도서관이 의미 있는 이유는 누구든 자유롭게 방문하여 지식을 쌓고,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갈 곳이 없을 때, 잠깐 시간을 때우고 싶을 때, 사람과 만나고 싶지만,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싶지는 않을 때, 그 누구든 어떤 이유를 가지고 방문하든 사람을 반겨주는 공간. 사람과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공간이 곧 도서관이다. 그런 도서관이야말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살아 있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하면 나도 그런 도서관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고마웠던 점이라면 독자에게 제공하는 일목요연한 정보였다. 각종 디지털 도서관과 가볼 만한 세계의 도서관을 정리했고, 본인이 참고나 인용한 도서 외에도 책 또는 도서관과 관련된 도서를 주제별로 분류해 목록을 실었다. 이 목록은 독자에게 유용한 참고정보원이 될 것 같다. 새삼 이런 정리 방법이야말로 사서답다고 느끼며 어쩐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는 건 사서로서의 직업병일까? 학술 도서도 아닌데 가지런히 정리된 ‘찾아보기’를 보며 어쩐지 반가움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