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 오늘의 커피
죄를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일을 카톨릭에서는 보속[satisfactio, satisfaction,penances]이라 한다.
도울 補, 속죄할 贖 이웃에게 끼친 해를 보상하고 속죄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옛날에 콜롬비아에 프란치스코 로메로라는 신부가 선교사로 있었는데
그는 가난한 인디언들에게 커피를 재배하여 유럽에 판매해 돈을 벌게 해 주고 싶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사람들이 악마의 음료라 하니 커피에게 세례를 내림으로써
악마를 바보로 만들어 그리스도교 공인 음료로 선언, 커피값은 금값에 준하는 수준이 되었다.
팔기만 하면 대박 나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먹어봐야 과육도 없는 커피를 아무도 재배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로메로 신부가 생각해 낸 묘안이 고해성사의 보속으로 3~4그루의 커피나무를 심게 하는 것이었다.
'신부님 저는 엄마 지갑에서 만 원을 훔쳤어요'
'그래요? 그럼 사제님은 집에 가셔서 이 커피나무를 정성껏 심으면서 참회하도록 하시오'
이렇게 시작된 커피나무 심기는 콤롬비아 대주교에게까지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보속을 장려하게 되었다.
그 결과 1850년 쿤디나마르, 칼다스, 안티오키아, 우일라 등 곳곳이 커피밭으로 바뀌게 되었고
오늘날 커피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보속의 마음으로 커피 한 잔 어떠신가요?
콜롬비아 커피라면 떠오르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마일드 커피와 수프리모.
마일드 커피는 부드러운 커피를 말하는데 그렇다고 연한 커피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일드는 벨렌스를 말하는 것이다. 프레이그런스, 아로마, 플레이버, 산미, 바디감 중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부드럽다는 말이다. 즉 벨렌스가 좋은 커피이다.
수프리모는 최고등급의 커피를 부르는 이름인데 커피 생두의 크기가 제일 큰 사이즈 커피이다.
오늘의 커피
콜롬비아 우일라 라스 플로레스 핑크 버번 워시드
재배지역은 콜롬비아 우일라에서 생산되는데 레드와 엘로우는 잎곰팡이병에 취약한 반면
핑크는 병충해에 강하고 향미가 뛰어나다. 생산성도 좋다.
단점은 재배과정이 까다롭고 품질 유지가 어렵다.
스페인어에서 H발음은 묵음이다. 후일라가 아닌 우일라가 맞다.
라스 플로레스는 1990년에 농장을 처음 시작한 신세대 농장이다.
하지만 2006년 COE에서 16위에 오른 적이 있다.
역사가 짧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동감 있는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복숭아, 오렌지, 포도, 체리, 캐러멜
아로마는 캐모마일을 느낄 수 있다. 무슨 향인지 모를 때는
미리 마셔 보면서 기억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캐모마일차도 마셔보면 편안하고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불면증에 좋다.
플레이버는 복숭아, 체리 쪽의 과일 노트가 느껴지고
식어갈수록 오렌지향이 느껴진다.
산미는 과일향 물씬 나는 달고 시큼한 산미가 난다.
애프터도 은은하고 오래 남는다.
밸런스가 좋고 화사한 꽃과 상큼한 과일 같은 커피이다.
<참고문헌>
『 보속으로 커피나무 심으세요 』 - 박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