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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것들 Feb 02. 2022

N잡것의 시작과 끝은 <The 카메라>

written by. 김해피

지난 10월,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휴대폰을 바꿔야 했던 회사 친구들은 출장 일정 중 스위스 아이폰 매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구매했다. 친구들은 한국에서 휴대폰을 바꿔도 대개 직구 제품 구매를 선호해왔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카메라 셔터음’이다.


공연 현장에서는 현장 기록이 매우 중요하기에 리허설부터 공연 중, 공연 종료 후 백스테이지에서까지 담당 스태프들의 휴대폰 카메라는 쉴 틈이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가장 조심스러운 시간은 공연 중인데, 셔터음 조절이 안 되는 휴대폰과 조용한 곡이 만났을 때 촬영하는 당사자의 긴장감은 매우 고조된다. 알다시피 한국, 일본에서는 몰카 범죄가 많아 2004년경부터 셔터음이 필수가 되었고 이를 해결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갤럭시 유저인 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용히 촬영하고 있으나, 아이폰 유저인 내 친구들은 해외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던 듯하다.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음까지 직업의식이 스며든 우리는 매번 공연 현장의 무소음 인간이 되어 현장을 기록하기 바쁘다. 


무소음 인간의 2022년 첫 번째 기록은 대관령겨울음악제였다. 올해 대관령겨울음악제 현장에는 회사 아티스트 의전과 현장 기록 담당자로 동행했고, 일정 이튿날(이자 마지막 날) 모니터링과 기록을 위해 공연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날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공연장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현장을 기록하는 일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늘 해오던 일이 여전히 마음에서 빛날 수 있는 이유에는 현장에서 만나는 관객들이 있다. 객석 맨 뒤에서 보는 그들의 모습이 늘 같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좋은 마음을 어쩔 줄 몰라 친구들과 온몸을 흔들거나 손으로 입을 막고 발을 구르던 모습, 무대로 온갖 손하트를 날리고 때로는 눈물을 훔치던 모습. 그 다양한 감동의 모양 덕분에 일하러 가는 시간이 설레기도 한다는 것은 이 일을 지속하는데 큰 원동력이 된다.


관객들이 보내는 박수 소리가 잦아들고 공연장이 다시 환해지기 전, 무소음 인간은 객석을 빠져나와 백스테이지로 달려가야 한다. 공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진 찍을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휴대폰 카메라도 사람만큼이나 대기조가 된다. 느긋한 인내심과 빠른 처리 능력을 동시에 요구받고, 그걸 또 해내고야 마는 내 휴대폰 아주 칭찬해(…). 이번 공연에는 출연자들이 많아서 북적인 만큼 촬영에 대한 의견도 여러 개 나왔는데, 그중 객석을 배경으로 찍자는 의견이 첫 번째로 접수되었다. (물론 음악제에는 사진작가님이 계시지만) SNS 업로드 및 현장 기록을 위해 촬영하는 스태프들은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므로 은근히 부담감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촬영에 대한 의견을 주는 아티스트분들이 때론 반갑다. ‘아 오늘은 어떻게 찍지?’ 하고 있다가 누군가 먼저 ‘이렇게 찍어주세요!’ 하면 내적환호하는 그런 거. 보통은 무소음 인간들이 디렉팅을 하지만 알고 보면 서로의 작고 큰 도움 속에 피어난 결과물인 것이다. 나는 그 결과물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현장감 있는 사진을 담으려 노력하는 것이고. 노력과는 별개로 가끔은 어설픈 내 사진에 시무룩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어디든 예쁘게 쓰인다면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공연 현장을 ‘휴대폰 카메라 맨’으로 시작하고 맺는 김해피의 우당탕탕 찰칵찰칵(소리 안 남) 위대하고 뿌듯한 원 오브 N잡것은 2022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여기 보세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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