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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주 May 03. 2022

인간관계에 대하여

배추도사의 마음가짐

최근 친구와 메세지를 주고받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다. 친구는 별 생각없이 얘기한 것 같은데, 괜히 기분이 나빠져 그냥 생각나는대로 메세지를 보내고 모른척하고 있었다. 친구도 얘가 왜이러나 싶었는지 조심스레 카톡을 했고, 나는 나중에 자꾸 신경쓰여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채 자러 갔다.


나에겐 이 모든 과정이 스트레스였다. 지혜롭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을 혼자 흥분해서 이상하게 외면해버리고, 나중에는 혼자 끙끙대다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겨야 하는 내 모습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이 친구와의 대화에서 이런 일들이 간간히 있었는데, 그랬던 경험이 자꾸 생각나 나도 모르게 상황을 피하려고만 해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왜 이런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럴때마다 이렇게 행동하는게 최선이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이런 문제가 ‘성격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오며 ‘고유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모두 다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잘 맞는 성격도 있는가 하면, 잘 맞지 않는 성격도 분명 있다.


잘 맞지 않는 성격이라면 필연적으로 약간의 충돌을 겪게 되는데, 그 친구와 내가 그런 경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성격차이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서로의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영역이다. 그저 타고난 성격이나 삶의 태도가 달라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격차이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서로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는 과정이 기반되어야만 한다. 본인 혹은 상대방이 잘못한 것인데, 단순히 성격 차이로 넘겨버린다면 상황이 꼬여버릴뿐만 아니라 과도한 합리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런 피드백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있는 대상과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아야 한다. 이런 건강한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상대방과 나의 관계에 대해 확실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피드백의 과정이 기반되었다면 성격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잘 안맞는 성격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잘 맞는 성격만을 추구하고 집착할 필요 또한 없다. 그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는 이런 사람, 너는 그런 사람’ 정도에서 그치면 된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결국, 관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함이다. 관계에 얽매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이는 이전 글에서 말했던 ‘주객전도의 삶’을 자처하는 꼴이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우선이 아닌 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 우선시되는 삶. 관계라는 미로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희미해져가는 것은 상당히 슬픈 일이다.


돌아보면 나도 관계에 얽매여 있었다. 관계에 얽매여 엄청남 감정소모와 스트레스를 겪었다. 뭐가 그렇게 완벽해야만 하는건지,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끈을 좀처럼 놓지 못했다. 애써 외면해왔던 진실을 알고 싶었고 그렇게 이 글을 쓰다보니 다음의 결론에 도달했다.



배추도사의 마음가짐



내가 지어낸 말이지만 ‘배추도사의 마음가짐’이란 ‘만나게 될 사람이면 만나게 되겠지, 또한 멀어질 사람이라면 멀어지겠지’하는 초연한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나의 경험처럼 이미 맺어진 관계를 넘어 앞으로 맺을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을 포용한다. 이 마음가짐은 내가 관계에 얽매이려고 할 때마다 되뇌이고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표현이며,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본질을 담고 있다. 관계에 초연한 태도,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다가가는 것.


우리는 이런 자세를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더 나은 우리가 될수록 주변에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와 여러가지 방식으로 관계를 맺겠지만, 함께할 사람들은 자연히 남게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히 멀어질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 성장하는 내가 되는 것에 몰두하면 된다.


다만, 초연함을 바탕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쌓아가고 싶다면 방법론적인 공부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그리고 불필요하고 피곤한 관계에 알맞게 대응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평소 즐겨보는 유튜버 ‘희렌최’가 집필한 ‘할 말은 합니다’라는 책을 구매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지향하는 관계에 한발짝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공부해서 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구성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 나중에 글과 댓글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건강한 배추도사가 되는 그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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