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분별하고 준비할 수 있다
최근 대선 후보들과 정치인들의 역사의식 부재가 뜨거운 감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자들이, 한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이 자국의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나는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역사의 본질적인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래 역사란 과거 사건 속 개인, 사회, 국가의 선택으로 귀결된 사건들을 가려내고 현대에 적용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AI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상황이나 환경 또는 행동의 패턴을 예측하듯, 우리 역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과거 역사’라는 빅데이터 속에 발견되는 패턴의 의미와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역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분단으로 인해 이념에 젖어버린 역사를 끌어안고 상대방의 진영을 바라보고 공격한다. 이러한 표상은 뉴스에서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과연 이념으로 점철된 역사를 극복하고 한국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자들인가? 한국의 미래를 이들의 손에 맡길 시민*들은 무슨 기준을 가지고 이 행태들을 바라보아야 할까?
* ‘국민’이라는 표현도 있겠으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을 세밀히 표현하기 위해 ‘시민’이라는 표현을 쓰겠다.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 시민들은 역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존재 인식과 주체성이 부족하기에, 어떠한 기준 없이 정치인들의 선동에 휩쓸리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우리 시민들은 거의 대부분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한 마디로 역사를 뇌에 욱여넣어 버렸다. 국가에서 지정한 교육과정과 교육방법 안에서 여러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배운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고 사유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학습했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서 내가 짚고 싶은 부분은 시민들이 역사를 주입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주체적인 사고 없이 개인, 사회, 국가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는 한국의 역사를 극단적인 이념의 기준으로 해석하거나, 누군가의 해석에 휘둘리게 된다.* 18세기 프랑스혁명을 통해 처음 등장한, 국가 안 주체적 개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시민’은 한국에 있어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 물론 촛불 혁명 이후 대다수 시민들의 역사의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역사를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근본적인 현상을 다루고자 함임을 밝힌다.
하지만 정치는 시민의 합의를 기초로 두고 있기에, 시민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시민으로서 기능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이제 시민들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정립하여 주체성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하고 분별해야 한다.
국가 혹은 정치인들이
우리 시민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식, 어떻게 정립할 수 있는가?
역사가 무엇 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역사를 사유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과거의 역사가 현재 우리에게 있어서 왜 존재하는지 묻는 것이다.
1910~30년대 일제강점기 시기 그 추운 간도와 만주 지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펼쳤던 선조들은 현재의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아주 오래전, 한반도-만주 지역을 호령했던 광개토대왕의 정복은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러한 물음의 출발점은 무엇 또는 누구라는 Being을 명확히 설정하는 단계이다. 이를 통해 현재를 매개체로 하여 미래의 나와 만나는 것이다. E.H. 카가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는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동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한국의 미래는 정치인들에게만 맡길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4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술의 발전으로 빈부격차의 극대화가 이루어지는 승자 독식체제를 현실로 마주할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승자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준비할 이들은 어디 있을까? 바로 ‘나’*이다. 여전히 이념이 뒤섞여버린 파란 많은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 속 주체로서의 개인인 나(Being)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역사를 올바르게 학습하는 것이자 세상을 바라볼 때 나만의 관점이 정립되는 첫걸음이다. Being을 기반으로 역사 속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Doing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사 속 주체로서 한국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 신채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我) 혹은 박은식 선생님이 표현하신 ‘혼’(魂)에 해당한다.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역사적 사고와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이제 어떻게 이를 길러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 글을 쓰는 나조차도 잘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현재의 나임을 반드시 기억하라. 또 마주하게 될 5년 뒤 대선에서는 이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주체로서 행동하고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