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이것은 내가 초등학생일 적 이야기다. 야심한 밤 냉장고에서 소리가 들렸다. 웅웅웅 돌아가는 기계음이 아니라, 아주 작고 가느다란 말소리가. 냉장고 문을 여니 고등어가 있었다. 고등어는 내게 말을 걸었다.
“구해줘...”
분명 구해달라고 했다. 살면서 구해달란 말을 들어본 일이 있던가. 나에겐 고등어가 말을 한 것보다,
누군가 내게 구해달라고 한 것이 신기하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아직 등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검은 두 눈은 냉기로 삭힐 수 없는 생을 향한 열의로 가득 찼다
나는 고등어를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 야밤에 고등어를 책가방에 넣고
시외버스를 타 바다로 갈까. 나는 말했다.
“고향을 향한 노스탤지어는 그만두고, 소금도 고향의 맛이니, 냉장고 속에서 소금을 위로 삼아 사는 게 낫지 않겠니.“
고등어는 날 보고 말한다.
“구해줘...“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부엌에서 도망쳐 침대에 뛰어들어, 베개에 얼굴을 폭 파묻었다. 그래 내일 아침이 되면 엄마한테 고등어 이야기를 하자. 간밤에 고등어가 목숨을 구걸했다고. 고등어를 도와달라고 그러면 될 것이다.
냉장고에 두고 온 알량한 죄책감은 뒤로하고,
나는 그렇게 꿈속으로 달아났다
다음 날 아침 식탁에는 고등어가 올라왔다.
고등어는 여전히 날 바라본다.
나는 고등어의 살을 발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