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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나무 May 25. 2023

주부의 바람난 투자

강아지 산책이론

평창을 다녀왔다.

세 번째 방문으로 양 떼가 있어 자주 간다.

난 동물이 좋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이 난다.

이번에는 삼양목장을 다녀왔는데, 셔틀버스로 순회를 하기 때문에 발목 수술한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하늘목장, 대관령 순수 양 떼목장 보다 좋았던 점은 보더콜리가 직접 양 떼를 모는 쇼를 진행한다.

홈쇼핑 패키지여행 상품을 보다가 우연히 신청했는데 너무 즐거웠다.

양들이 장애물을 통과하도록 보더콜리가 이리저리 바쁘게 다닌다.
보더콜리가 앉으면 양들은 일시멈춤한다.

숙소는 알펜시아에서 묵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가 열린 곳이었는지 스키점프대가 높게 서 있었다.

숙소 내에 있는 루지는 패키지에 포함돼 무료로 탈 수 있다. 싱가포르보다는 코스가 짧고 굴곡이 심했으나 천천히 꽃과 잔디밭, 풀을 구경하면서 내려오 순간이었다.


양몰이 쇼를 보고 있니 내가 소심하고 겁 많은 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 떼 속 무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깨가 서로 닿는 가까운 거리에서 북적대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과감하게 무리에서 나오면 넓은 길로 여유 있게 다닐 수 있는데  보더콜리 한 마리가 뭐가 무섭다고 꿈쩍도 못까.


달리식품(03799) 주가가 폭락했다. 주가하락이 뭐가 공포라마치 양처럼 마음이 얼어 꼼짝도 못 하겠다.

투자금액이 커서 20%만 떨어져도 손실이 아주 크다.

버핏은 주가 하락을 친구처럼 여기라 했고 터린치는 50% 하락도 흔하다 말했는데 나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펀드회사는 달리식품을 계속해서 매수하고 있지만 난 구매버튼을 누르지 했다.

한편으로는 반값 할인가여서 살까도 생각지만 회사가 앞으로 장사를 잘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선뜻 현금을 지불하기가 어렵다.


버핏이나 피터린치, 슈퍼개미는 어떻게 이 과정을 겪는지 모르겠다.

이들처럼 나도 보더콜리의 주인이 되어 산책길에 나선다면 콜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주인에게로 돌아올 텐데.

역시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대가다.


  강아지 산책이론은 코스톨라의 투자론에 나오는 말이다. 주가는 회사의 가치와 상관없이 상승도 하고 하락도 하지만 결국 기업 가치에 수렴하여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나에게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되풀이해서 듣고 또 들어야 할 필요한 이다.


양처럼 콜리를 두려워했다간 자유롭게 거닐 수 없다. 콜리가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할 때마다 따라 양들이 이동하듯 주가 움직임에 따라 팔았다 샀다 하면 개주인은 커녕 앞으로 양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느긋하게 콜리 목줄을 잡고 기다리자.

개가 주인에게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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