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래고
심장에서 북소리가 나는데
재심 건너뛰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답변서를 보니
모든 문제행동의 원인이 나였다고 소설을 썼다.
신체접촉도 없었다며 강제전학조치를
취소해 줄 것을 청구한 것이다.
소름 끼치고 비열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숨이 막히고 손과 목소리가 떨렸다.
병원에 방문하여 2차 폭행을 당한 듯했다고 말했더니,
전문의는 휘둘리면 안 된다고 하셨다.
답변서를 읽고 수정하고, 추가하고, 다시 고치면서 기억하기 싫은 그때의 장면들을 억지로 떠올려야만 했다.
전문의는 답변서 작성이 주가 되면 안 되고 부가되어야 한다며, 고통스러우면 미루고 다른 일에 몰두하라는 조언을 하셨다.
부탁한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하루빨리 해결이 되어야 내가 숨을 쉴 수 있기에 내 모든 시간을 투자해 정성을 다해 기각 사유를 써 내려갔다.
수업시간에 교내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교장실에서 난동을 부리고, 교무실에 들어가 교사들에게 욕하며 나가라고 하면 출입문을 발로 차고, 식판을 내려쳐 밥 먹는 학생들에게 공포감을 주며, 여학생을 때리고, 거짓말을 일삼고, 급식 먹을 때만 일시적으로 깨어났다가 조퇴하고, 수업시간에 소화기를 들어 위협하며.....
이 사건 이전부터 학부모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교하지 않고, 심지어 경찰서를 가길 꺼려해 담임교사에게 대신 방문해 달라고 하는 등 자녀에 대한 무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학부모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보통 행정심판이 2~3개월 걸리고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앞으로 11월~12월 동안 전학을 안 보내고 겨울방학 후 졸업이니 시간을 벌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선생을 폭행해도 학교는 자신을 건들지 못한다는 것을 전교생에게 보여주고 우위에 있음을 선포하고 싶었을 것이다.
큰 한숨을 내쉰다.
내 몸 안의 공기들이 밖으로 나올 때 나는 간절히 바란다.
제발 유독한 찌꺼기들이 빠져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