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금융을 모른다.
급하게 지식이 필요할 때 책 보다 유튜버들이 제공하는 영상자료를 즐겨본다. 과거 EBS다큐 자본주의 시리즈를 최근 또 시청했다.
영화나 책을 반복해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과 문장을 발견하듯이 다큐도 마찬가지였다. '돈(금융)은 빚이다' 귀에 새 소식처럼 쏙 들어왔다.
은행은 대출을 해줘야 성장한다. 이자는 본래 은행에 없던 돈이라서 누군가에게 이자만큼 또 대출을 해준다. 예를 들면 원금 100원에 이자 5%로 빌렸다면 누군가가 5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그래야 원리금 105원 모두 갚을 수 있다. 5원 대출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자를 갚을 수 없으니 파산한다. 결국 누군가 빌려야 내가 갚을 수 있는 구조가 금융 시스템이다.
난 빚이 없다. 개인으로 생각하면 양호한 재무 상태지만 금융으로 볼 땐 좋지 않다. 은행입장에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지갑에 현금이 없다. 대신 카드가 있다. 은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소득을 현재에 당겨 쓰라고 돈을 미리 빌려준다. 이를 신용 창출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신용카드다. 현금으로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신용으로 구입한다. 나중에 결제대금 장부가 날아오면 실물 종이돈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도 지불 가능하다.
종이돈이 사라지는 현상은 최근일이 아니다. 신용카드가 싫다고 '현금만 써야지' 고집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공상은행에서 세계최초로 취급하고 있으며 종이돈을 없애고 있다. 공무원 월급을 CBDC로 지급한다. 사라질 줄 예상했던 비트코인은 안 망했다.
근래에 '연인' 드라마를 자주 봤었다. 로맨틱한 장면은 두세 번 반복해서 봤다. 길채가 전쟁(병자호란)으로 고생하는 장면이 나왔다. 전쟁이 끝나 먹고살 궁리를 하다가 무기를 만들던 인부를 채용한다. 버려지는 엽전을 모아 녹여 놋그룻이나 머리핀(장신구 비녀)을 만들어 판매해 이윤을 많이 남겼다. 수익금은 면포로 받아 품삯대로 찢어 직원들에게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채가 살았던 시대는 인조 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평통보는 인조 1633년에 주조했다. 병자호란은 3년 후인 1636년에 터져 새 돈이 시중에 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믿지 않아 면포를 화폐로 썼다. 세종 때 조선통보라는 화폐가 있었으나 백성들이 불신해서 수포로 돌어간 적이 있다.
조선시대 엽전이 화폐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믿지 않아서다. 전쟁통에 면포를 쌀로 바꿀 수 있었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사라지겠거니 해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1개에 6천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면포를 신뢰했듯이 현시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믿는 현상을 누가 막겠는가.
미국 민간 기업 연준을 비롯한 우리나라와 모든 국가는 나름대로 종이돈을 찍어 화폐로 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빚이 늘어나는 구조가 금융자본이므로 인플레이션은 필수다. 코로나시절 우리는 국가에서 현금을 직접 받아 썼다. 그 대가로 급격한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난 연금을 100%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는 연금을 잘 운영하고, 통화량과 이자율을 조절한다고 말하지만 서민들은 항상 연금과 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 아랑곳없이 대출은 늘어나고 부채가 쌓이며 인플레이션도 덩달아 커져 돈 가치가 떨어지는 자본주의 원리를 우리 서민은 공부할 필요가 있다.
길채는 '면포'로 월급을 주다가 자녀에게 '엽전'으로 용돈을 줬을 테고 손자녀들은 '지폐'로 물건을 샀다고 연상해 보자. 화폐는 민심이 깃들어야 흐른다. 민심은 믿음이다. 오늘날처럼 많은 돈을 뿌려야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짓꼴 면하기' 해결책은 각자 자본을 만드는 방법뿐이다.
현재는 종이돈에서 디지털돈으로 민심이 바뀌는 시점이다. 공중전화기가 사라지듯 종이돈이 완전히 없어지는 날이 온다. 디지털돈도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다른 자산으로 바꿔 놓을 필요가 있다. 금융자산을 현금으로만 보관하면 알거지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을 어떻게 만들지 잘 모르겠다면 세계 부자를 따라 하는 행동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워런 버핏이 들고 있는 주식을 검색해서 매수하기. 일런 머스크가 산 코인 종류를 알아내서 사두기. 아니면 작은 평수라도 아파트를 사는 방식이다. 이렇듯 곧 가치가 없어질 현금을 주식과 코인, 부동산으로 바꿔 놓으면 자본이 만들어진다. 일하며 버는 노동소득 외에 배당금이 들어오며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방법이다.
화폐는 민심에 따라 모습이 변했다. 면포에서 엽전으로 다시 지폐에서 CBDC와 코인으로. 이처럼 변화무쌍한 화폐가 부채모습으로 떼를 지어 흐르다가 인플레이션을 낳는다. 또 대출모양새로 가로질러 가다 신용을 잉태하는 금융자본 원리를 조금이나마 알았다는 사실에 오늘은 흡족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