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투자의 롤모델은 시아버지다. 시아버지 이야기를 하려 하니, 추석 때의 일이 떠오른다. 시댁 어른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시아버지가 당신의 건강 비결이라며 말씀하셨다. "나는 잿물을 마신다. 그러고 쫙! 쫘~악! 쫘~~ 악! 쏟아! 그러면 정기 건강검사 때
장 검사하러 병원 안 가도 돼." 하시며 점점 크레셴도로 목소리가 3회 연속으로 세진다. 듣고도 놀랍지 않았다. '역시 부전자전이구나!' 남편의 기이한 행동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남편의 코미디 투자'편에서 잠시 소개한 적이 있지만 남편은 탈취제를 입속에 뿌리는 사람이며, 커피숍에서 비치한 시럽 통과 손소독제 통을 구별 못해 커피에 손소독제를 타 먹으며 맛있다 하는 존재이다.
소제목을 남편에게 소개했더니 장인어른이 어떤 면에서 가난한 거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행복한 노년 생활을 보내고 계신다며 역성을 든다. 소제목으로 결정한 기준은 오로지 '노후준비'였다. 남편에게 전해 들었는데, 시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계셨다 한다.
총각시절 남편에게 주식을 팔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고. 현재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 중이라는 가정 하에 계산해보자. 시아버지의 젊은 시절이니 1990년대를 기준으로 하자. 1970~1980년대가 더 적절하나, 주가 차트 그래프에 1990년대부터 표시하여 어쩔 수 없었다. 이때의 시장가는 만원이다. 삼성전자 주식 1,000주*10,000원= 천만 원이다. 2021. 10.04. 기준 68,000원(삼성전자 우)이므로 액면분할 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현재 돈으로 1,000주*3,400,000원=34억이다. 30년 간 삼성전자주는 천만 원에서 34억으로 불어났다. 또 다른 예로, 시아버지가 월급날마다 모아가셨을 경우를 상상하여 10,000주로 변경하여 비교해보자. 천만 원---> 340억이다. 엄청난 액수다. 시아버지는 직접 말을 해주지 않으시지만 여유롭게 생활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볼 때면 항상 나의 노년을 연상하곤 한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 당신이 원하는 골프 용품을 비용 걱정 없이 구매하는 삶, 병이 들었을 때 청결하고 안락한 1인 병실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삶, 누구나 입성하고 싶은 쾌적하고 안전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삶을 떠올린다.
반면, 친정아버지는 노후준비를 전혀 못하셨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그렇듯이 자녀 뒷바라지하느라 당신의 노후는 뒷전이었다. 그 흔한 보험 하나 없으시다. 딸랑 집 한 채가 전부였다가 자식들이 직업을 가지면서 보내드리는 용돈과 당신이 은퇴 전까지 모아 둔 돈을 합쳐 조그마한 빌라 한 채를 더 사신 것 빼고는 연금조차 준비를 못하셨다. 빌라는 동생 명의로 물려주셨고, 당신이 거주한 집은 내 명의로 일찍이 넘겨주셨기에 친정아버지는 정말 공수래공수거를 실천하셨다. 이렇다 보니, 병이 나면 장녀인 내가 다 알어서 해결해야 한다. 심지어 20년 넘게 사용한 밥통 하나 교체하는 것도 일일이 검색하고 구입해서 설치까지 한 후, 낡은 밥통을 수거해 버리는 일까지 도맡아 한다. 휴일 좀 쉬고 싶어도 호출하면 달려가야 한다. 동생은 나 몰라라 하니, 종종 거리며 바삐 다니는 일은 내 몫이다. 최근에는 친정어머니가 발바닥 관절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왔다. 족저근막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데, 푹신한 실내용 슬리퍼를 주문하셨다. 나도 발목 부상으로 2주간 통깁스를 한 후부터 걸어 다니는 일이 불편하여 온라인으로 알아봤다. 그런데 흡족한 상품이 없었고 어머니의 발은 250 사이즈여서 더 찾기가 어렵다. 이처럼 사소한 일을 챙겨가며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한편으로 죄송스럽다가도 내가 불편하니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더더욱 나의 노후를 준비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남편과 함께 물려주신 집을 팔고, 그 돈과 대출받은 돈을 합쳐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사서
모셨다. 빨리 달려가기 위해서였다. 혹시, 노년기에 접어든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당신의 자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