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까먹었어요

by 콜라나무

가끔 아이를 호출했는데 왜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건망증이 더 심한 아이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교무실 뒷문을 스르륵 열고 나를 향해 천천히 들어오더니 잠시 머뭇거립니다. 아무 말 없이 자연스럽고 느린 걸음으로 한 바퀴를 돌아 슬로 모션 속도로 나갑니다.


행동이 기이하여 따라가서 물으니

"왜 왔다가 다시 갑니까?"


"까먹었어요."


천천히 걸으면서 무엇 때문에 들어왔는지 시간을 벌며 생각하다 기억 저 너머로 갔는지 포기하고 나간 모양이었습니다.

다른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뒷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급하게 들어오더니


"선생님 저..... 뭐였더라?....."

머리카락을 심하게 움켜쥐며 잡더니 괴로운 표정을 짓고는

"아.... 뭐지..... 그게....."


"또 까먹었습니까?"


"네"


"고구마나 밤입니까? 자꾸 까먹게?"


" . "


아이는 그 후로 다시는 나를 찾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재미 없는 유머가 약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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