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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atured Sep 19. 2024

[Review] 사랑의 탐구 [영화]

남의 사랑 관찰 일지





좋아하지만 유독 글을 쓰기 힘든 장르가 로맨스이다. 특히 이렇게 주인공의 심리를 중심으로 끌어가는 작품은 더욱 그렇다. 정답 없는 심리전 속에서 단 한 사람으로 인해 금방 웃었다 금방 울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한히 공감해 한바탕 휩쓸리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의 어지러운 감정선을 헤아리다 놓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사랑의 탐구라는 도전적인 제목을 그래서 피해버릴 수 없었다. 무언가 한끗 다른 로맨스 영화의 선례가 되어주길 바라서. 



*



철학 강사 ‘소피아’는 ‘자비에’와 10년 넘게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적인 대화와 편안한 일상...

그들의 삶은 누가 봐도 만족스럽지만 두 사람의 관계엔 더 이상 어떤 짜릿함도 없다.

어느 날, ‘소피아’는 별장 수리를 위해 인테리어 시공업자 ‘실뱅’을 만나게 되고,

자신과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그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대화는 잘 통하지만 지루한 ‘자비에’와 몸은 잘 통하지만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실뱅’ 사이에서

‘소피아’는 ‘사랑’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사랑은 탐구할 수 있는 감정인가? 


처음의 답은 당연히 yes.인 것처럼 보인다. 철학 강사라는 소피와 지적인 대화가 너무나도 잘 통하는 자비에를 보면 일견 사랑에 통달한 이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침대에서 밤을 보내지 않고 다른 이에게 끌리느냐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이들의 일상은 이미 단단하게 굳은 정신적 사랑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랑, 우정, 의리의 경계짓기는 불필요하며 그 어딘가에 머무는 둘의 관계는 조금 불투명한 유리알 같다. 손에 잡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완벽한 균형에 힘을 조금 가하면 깨질 것도 같은.





무한한 흔들림, 화려한 메기의 등장


자비에와의 관계에서 오는 불만족을 채워줄 사람, 수리공 실뱅이 나타난다. 정신적 동반자 자비에인가 혹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육체적 갈망을 채워주는 실뱅인가. 모 아니면 도, 도무지 중간이 없는 극과 극 매력을 지닌 자비에와 실뱅을 두고 고민에 빠지는 소피아. 


윤리적 관점으로는 명백한 외도, 그러나 인간이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혼란이라는 클리셰적 상황에서 관객과 소피아는 조심스레 실뱅의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랑의 원초는 육체적 끌림에 기인한다며 순수함으로 무장한 실뱅의 웃음에 소피아는 매료되고 만다. 





관계의 확장, 타인의 개입


그러나 욕구에 솔직하자며 감행한 사랑은 고립된 섬에만 머무를 수 없다.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자비에의 소식은 친구를 통해 이따금씩 들려오고 그의 흔적은 실뱅에게 불안을 심어준다. 


서로가 살아온 너무 다른 두 세상도 쉽게 섞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낭만에 심취해있던 인물들이 현실을 직시할 아픈 순간이다. 직업, 취미, 가치관, 인간관계 무엇하나 교집합이 없어도 너무 없는 이 조합은 둘이 만든 꿈의 얇은 벽을 천천히 부서뜨리고 만다. 





사랑을 탐구해 무언가 답을 얻었다면 그들은 남은 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햇살같이 젊은 부부의 모습일까? 늙어 기억을 잃더라도 서로의 등을 긁어줄, 자비에의 부모같은 모습일까? 소피아의 친구처럼 창과 방패처럼 말싸움의 끝을 달리는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일까? 


소피아의 감정선에 따라 달라지는 강의실 스크린 속 학자들의 ‘사랑의 탐구’처럼 정해진 답이란 없을 것이다. 인간이기에 때마다 마음은 더 큰 힘을 발하는 쪽의 편이 되어 안전한 길을 돌아 모험하고, 화려한 열기보다 평안한 길을 골라 크게 사랑이라 이름지을 뿐이다. 의리, 우정, 미련 등 사랑을 닮은 단어 앞에서 한 겹 더 헤치면 나의 사랑은 무엇이라 부를지 혼란해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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