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디즈니/픽사
나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먼저 뗐다(고 한다)
5살이 되어서야 한국말을 시작한 것에 반해
겨우 4살부터 내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줄 알았다
(고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어머니는 짧았던 나의 '영어 영재' 시절의 이야기를
아직도 이따금 꺼내곤 하신다.
특히 공원에 있는 꽃을 보며
"What a beautiful flower!"라는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다는 이야기는
어머니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디즈니/픽사의 비디오들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시의 부모님들이 으레 그러했듯
디즈니 비디오를 이용한 영어 조기교육을 꿈꾸셨다.
덕분에 집안에는
토이 스토리, 라이온 킹, 피노키오, 타잔, 벅스 라이프 등
각종 디즈니 애니메이션 비디오가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수없이 돌려보며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흠뻑 매료되었다.
공원에서 완벽한 영어 문장을
구사한 기억은 지워졌어도,
비디오테이프를 수없이 돌려보며 시청한
디즈니/픽사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아직도 아련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 그리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나의 영어 실력은 거기서 더 나아지진 않았다.
보통 성인 수준의 영어 실력이
그저 조금 일찍 개화한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 유추해 볼 뿐이다.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잊을 만하면
'어릴 땐 영어 영재 소리 듣던
우리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지금이라도 어학연수나 대학원 입학
생각은 없냐 물으시는 걸 보면
미련이 아직 남으신 듯도 하다.
그렇게 나의 영어 조기 교육은 실패로 끝났으나,
덕질 조기 교육은 매우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방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