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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얕덕 Oct 25. 2024

영어 조기 교육(X) / 덕질 조기 교육(O)

카테고리 : 디즈니/픽사

나는 한국어보다 영어를 먼저 뗐다(고 한다)

5살이 되어서야 한국말을 시작한 것에 반해

겨우 4살부터 내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줄 알았다

(고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어머니는 짧았던 나의 '영어 영재' 시절의 이야기를

아직도 이따금 꺼내곤 하신다.


특히 공원에 있는 꽃을 보며

"What a beautiful flower!"라는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다는 이야기는

어머니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디즈니/픽사의 비디오들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시의 부모님들이 으레 그러했듯

디즈니 비디오를 이용한 영어 조기교육을 꿈꾸셨다.


덕분에 집안에는 

토이 스토리, 라이온 킹, 피노키오, 타잔, 벅스 라이프 등

각종 디즈니 애니메이션 비디오가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수없이 돌려보며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흠뻑 매료되었다.


공원에서 완벽한 영어 문장을

구사한 기억은 지워졌어도,

비디오테이프를 수없이 돌려보며 시청한

디즈니/픽사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아직도 아련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 그리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나의 영어 실력은 거기서 더 나아지진 않았다.


보통 성인 수준의 영어 실력이

그저 조금 일찍 개화한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 유추해 볼 뿐이다.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잊을 만하면

'어릴 땐 영어 영재 소리 듣던

우리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지금이라도 어학연수나 대학원 입학

생각은 없냐 물으시는 걸 보면

미련이 아직 남으신 듯도 하다.


그렇게 나의 영어 조기 교육은 실패로 끝났으나,

덕질 조기 교육은 매우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방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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