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그림일기]물이 필요한 곳

2022.09.05

by 수수한

비도 오는데 뇌 주름 사이사이에도 안구 뒤에도 촉촉한 물이 필요하다.

일이 많았던 날은 뇌가 살짝 부운 느낌으로
고장 난 기계처럼 제멋대로 생각을 재생하는 기분이다. 제멋대로라 함은 맥락 없이 여기를 재생했다, 저기를 재생했다...

노트를 펴고 천천히 선을 긋고

영상 하나를 들으며 설거지를 마치고

인공누액을 넣어주고

요가매트 위에서 살짝 비틀고 되지도 않는 쟁기자세를 하고 나니

여기저기 튀는 듯한 고장 난 재생은 어느 정도 멈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