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에 잉크를 주입하는 방법이 몇있는데 내가 요즘 애용하는 방법은 주사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닙이나 컨버터를 잉크병이 담그고 컨버터 반대쪽을 돌려가며 잉크를 빨아들일 수도 있으나 잉크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닙이나 컨버터 끝쪽에 묻어 있는 이물질이나 잔류잉크, 수분 등이 잉크에 들어가 오염시킬까 봐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피스톤필러 형식의 만년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 왜 최근에 펠리칸 m200 파스텔 블루 만년필을 샀느냐 묻는다면 당연히 예뻐서라고 말하겠다. 두 번째 이유는 펠리칸 만년필 하나가 꼭 가지고 싶었다.
다시 잉크 주입으로 돌아가서 주사기는 잉크에 담기는 면적이 당연히 적고, 담을 잉크의 양을 조절하기도 좋다. 닙을 담가 주입할 때는 닙 주변과 배럴을 닦아 내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혹시 배럴의 색이 밝을 때 잉크에 물들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데 주사기를 이용하면 이 불안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물론 닙을 담근다고 해서 그 짧은 시간에 배럴이 착색되는 일은 없긴 했다.)
또 좋은 것은 컨버터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 카트리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점이다. 카트리지는 1회용 용도로 잉크가 미리 충전된 형태인데, 센츄리 만년필의 경우 컨버터를 따로 구입해야 하고 카트리지 1개가 동봉되어 있다. 컨버터의 가격은 대략 만원이 넘어서 자연히 '만원이면 잉크를...?'이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카트리지를 재활용해서 쓰고 있다. 주사기로 잉크를 주입해서 끼우면 사용가능한데 이도 여러 번 사용하면 입구가 헐거워져서 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센츄리는 카트리지 한 개의 양이 큰 편이라 한 번의 주입으로도 오래 쓸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집에 주사기가 두 개나 있는 이유인데 화장실에 이 주사기가 놓여있으면 뜻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